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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새마을금고 강도 추적 피하려 훔친 차에 가짜 번호판 사용

홍순준 기자

입력 : 2018.08.08 16:23|수정 : 2018.08.08 16:45


경북 포항 새마을금고 강도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 번호를 인쇄한 종이를 도주 차량 번호판에 수시로 바꿔 붙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강도 피의자 37살 A씨는 어제 새벽 4시 40분쯤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포항시 남구 한 길가에 시동이 켜진 채 세워져 있던 승용차를 훔쳤습니다.

7시간 뒤인 오전 11시 48분쯤 북구 용흥동 새마을금고에 침입해 흉기로 직원들을 위협하고 불과 2∼3분 만에 5만원권 90장 등 현금 459만원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범행 직후 경찰이 확보한 금고 안팎 CCTV를 보면 검은색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쓰고 후드티를 입은 A씨는 새마을금고 바로 옆에 흰색 승용차를 세운 뒤 금고에 침입하자마자 창구 위로 올라가 흉기로 근무 중이던 직원 1명을 위협했습니다.

이어 금고 직원이 A씨가 미리 준비해 간 검은색 가방에 돈을 담아 건네자 바로 받아들고 도주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범행 전 A씨는 승용차 앞뒤 번호판에 각각 다른 번호를 인쇄해 놓은 종이를 붙여놨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차를 몰고 도주하는 와중에도 두 차례 정도 다른 번호를 인쇄한 종이를 번호판에 바꿔 붙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A씨는 경찰이 도주 차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 번호를 인쇄한 종이 여러 장을 준비했다"며 "종이를 붙인 번호판은 가까이서 보면 조잡하지만 빠르게 달릴 경우 실제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자칫 범인 검거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지만 가족에게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A씨가 범행 11시간 만인 오후 10시 50분께 경찰에 자수하면서 다행히 사건이 마무리됐습니다.

경찰은 북구 양덕동 한 야산에서 범행에 사용한 차를 발견했으며 A씨 집에서 빼앗은 돈 459만원 가운데 250여만원을 발견해 압수했습니다.

A씨는 "생활이 어려워 범행을 저질렀고 200만원 정도는 빚을 갚는 데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행법상 A씨가 강도 행각으로 돈을 마련해 빚을 갚았더라도 상대방이 범죄와 연관된 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수사기관 등이 강제로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는 범행 전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범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한 뒤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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