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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 "연기할 때 행복, 살아있단 걸 느껴"

입력 : 2018.08.06 14:23|수정 : 2018.08.06 14:23


이쯤되면 ‘로코킹’이 맞다. ‘그녀는 예뻤다’, ‘쌈 마이웨이’에 이어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까지. 배우 박서준은 로맨틱 코미디를 할 때마다 성공한다. 겨우 로코 하나 출연해놓고 ‘로코킹’이란 수식어를 남발하는 남배우들이 많은데, 박서준만큼은 진짜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이 증거고, 그가 연기해 사랑받은 캐릭터들이 그 방증이다.

로맨틱 코미디 안에서 박서준은 훨훨 난다. 훈훈한 외모와 여심을 심쿵하게 하는 눈빛은 ‘로맨틱’에 적합하고, 반듯한 외형으로 은근 웃기는 ‘코미디’는 그와 잘 어울린다. 박서준이 하는 로코라면, 믿고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 믿음이 이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도 통했다. 극중 부회장 이영준 역을 열연한 박서준은 특유의 나르시시스트 연기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고, 김비서 김미소를 향한 사랑연기로 안방극장을 설렘으로 물들였다. 원작이 웹툰인 만큼 만화적인 표현들을 실사로 구현해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박서준은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내 이영준을 설득력 있는 현실인물로 만들어냈다.

인물에 설득력을 너무 불어넣어서 일까. 드라마가 끝남과 동시에 박서준은 좋은 케미로 함께 호흡을 맞춘 김미소 역의 배우 박민영과 열애설에 휩싸였다. 양측은 부인했고, 박서준도 인터뷰에서 박민영은 좋은 동료였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로코킹’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끝낸 소감부터 박민영과의 열애설까지, 반듯한 외모만큼 진지한 청년 박서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지Q.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마친 소감부터 듣고 싶다.
박서준: 드라마가 원작 기반이라 많은 분들이 시작 전부터 기대반 걱정반으로 기다리신 걸 알고 있다. 다행이 짧은 시간에 좋은 작품 만든 거 같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나름대로 열심히 캐릭터 분석도 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좋게 봐주신 거 같아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보는 순간에 행복을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히 제게도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Q. 이영준 역이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한 이유는 뭔가.
박서준: 전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한다. 그런데 나르시시스트 이영준이란 역할은 설정 자체가 굉장히 과했다. 또 원작에 비쳐진 장면이 많아서, 그걸 소화해나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이게 소설이나 웹툰에서 대사로 접하면 상상하면서 보게 되는데, 드라마는 실사화다. 제가 어떻게 연기하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공감포인트도 달라지는 거다. 어떻게 해야 이 작위적인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 그게 제게 가장 큰 숙제였다.

Q. 그래서, 그 숙제는 잘 푼 거 같나.
박서준: 외적인 모습부터 시작해 어떻게 표현할지, 감정선을 어떻게 가져갈지 그 모든 게 숙제였다. 촬영하는 내내 단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한 거 같다. 제가 맡은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원작은 1/4만 봤다. 그 안에서 너무 갇히기 싫어서, 캐릭터를 참고하기 위해 그 정도만 봤다. 원작을 보다보니, 이영준이란 역할은 여성분들이 봤을 때 충분히 판타지적이었다. 설정자체가 너무 완벽했는데, 설정이 완벽하다고 해서 이영준이 완벽한 캐릭터라고는 생각 안했다. 허점도 있고, 제가 보완해나갈 게 있는 캐릭터라 여겼다. 드라마 시작할 때, 저만의 이영준으로 표현할 테니 지켜봐달라 말씀드렸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잘 소화하지 않았나 싶다.

Q. 이 작품을 선택했던 이유는 뭔가.
박서준: 원작에 호감이 있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는 제가 이런 과한 설정의 이영준이란 역할을 하면 어떨까 궁금했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지만, 그걸 처음부터 알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이상하게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들었고, 도전심도 있었다.
이미지Q. ‘로코킹’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로코에 잘 어울리고 또 잘 한다. 하지만 이게 로코 이미지로 굳어지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박서준: 그런 우려들이 부담됐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제가 로코에서 부각된 것도 사실이고, 그런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께 인지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 영화 ‘악의 연대기’, ‘청년경찰’ 같은 장르의 작품도 했고, 앞으로도 할 거다. 로코 이미지로 굳어질 거란 부담감은 전혀 없다.

Q. 작품 종영 후 박민영과 열애설이 불거졌다. 열애설 보도 이후 어색해지진 않았나.
박서준: 전혀 그런 건 없었다. 어색하게 만드는 건 주변 분위기일 텐데, 그런 분위기에 좌지우지해서 갑자기 어색해져 버리면 뭔가 우리가 지는 거 같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극 중에서 사랑하는 감정선이 많다 보니, 감정이입을 하다 보면 ‘쟤네 사귀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특히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라 그런 게 더 강했던 거라 생각한다. 이번 작품 말고 전작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었다. 해프닝으로 끝나겠지만, 이런 얘기들로 인해 어색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드라마 잘 마무리하고 인터뷰도 하며 드라마 이야기 많이 전해드리는 게, 드라마를 사랑한 분들께 대한 예의인거 같다

Q. 열애설을 부인했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이 많다.
박서준: 대중에게 노출이 되는 직업이기 때문에 견뎌야 할 무게인 거 같다. 요즘엔 인성에 대한 것도 논란이 되는 시대라, 그런 거 하나하나 다 신경 써야 한다. 저도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떳떳하지 않은 건 없다.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

Q. 상대배우로서 박민영과 연기적인 호흡은 어땠나?
박서준: 처음 연기를 해보는 사람들끼리의 연기호흡은 얼마나 친해지냐의 문제인거 같다. 다행히 박민영 씨는 원래 알고 있던 사이라 처음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이영준은 제가 가장 잘 알고, 반대로 김미소는 그 분이 제일 잘 아니, 이걸 서로 잘 받아주며 시너지가 나게끔 하는 게 중요했다. 그러려면 빨리 친해져야 했는데, 그런 면에서 어려움이 없었다. 촬영 초반에는 촬영보다 얘기하는 시간이 더 많았고,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엔 탄력을 받아 쭉쭉 잘 찍어나갔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감정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그런 면에서 서로 잘 맞았다. 그게 커플케미로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이미지Q. 바로 영화 ‘사자’ 촬영에 들어간다. 너무 쉼없이 달리는 거 아닌가.
박서준: 연기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 2주만 쉬어도,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하며 요즘 말로 ‘현타’가 온다. 작품을 위해 고민하는 순간에 제가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그러다보니 계속 작품을 하게 되는 거 같다.

Q. 그렇게 달리다보면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있지 않나.
박서준: 지난 5월이 제일 힘들었다. 안 쉬고 계속 작품을 하며 스스로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이게 쌓이다보니 한꺼번에 터지는 순간이 있더라. 그게 쉴 때가 아닌,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찍던 지난 5월이었다. 한참 드라마를 찍을 때라, 얼굴이 안 좋은 게 화면에 다 나왔다. 입술이 되게 진하게 나올 때가 있었는데, 헤르페스가 와서 입술 색깔이 밑까지 내려온 거였다. 그걸 보고 ‘필러 맞았냐’는 댓글이 달리더라. 정말 감사한 마음에 하고 있지만, 체력을 생각해가면서 해야한다는 걸 느꼈다. 그 때의 경험 때문에, 오히려 체력에 더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 더 못할 게 뭐가 있을 까 싶다. 올해는 더이상 지치지 않을 거다.

Q. 올 초 ‘윤식당2’에 출연해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익혔던 스페인어는 아직 기억하는가?
박서준: 3일 공부한 스페인어였지만 어느 정도 기억한다. 식당에 필요한 용어들만 익힌 거라 대단한 실력은 아니다. 제가 눈치가 빨라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손님들에게 필요한 걸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처음엔 너무 막막했다. 제게 익숙한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예능촬영이라, 고민이 많았다. 가기 전까지 잠도 못 잤다. 그래도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라 용기를 냈다. 대신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싶어, 칼질도 연습하고 모든 레시피도 숙달되도록 연습했다. 기존에 있던 선배님들한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미션 같았고 두려웠지만, 나름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Q. 나영석PD한테 다시 하자는 연락이 온다면, 받아들일 건가.
박서준: 만약 제의가 온다면 당연히 할 거다. ‘윤식당2’도 갑자기 연락받고 하게 된 거였다. 전부터 나PD님을 알던 사이도 아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매니저한테 저녁에 스케줄 되냐고 연락이 왔더라. 마침 또 스케줄이 없었다. 이게 타이밍인가보다. 인생에 이런 좋은 경험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문화가 익숙지 않은 다른 나라에 가서, 우리 음식을 팔고, 감정을 교류하고 공감한다는 게 제 인생에서 얼마나 올 수 있는 기회이겠나. 좋은 경험을 선물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미지Q. 촬영 스케줄이 빡빡해 휴식기가 없지만, 그래도 쉰다면 주로 뭘 하나.
박서준: 올해는 쉬는 시간이 전혀 없더라.(웃음) 그래도 짧게라도 쉬는 시간엔 제 자신을 찾아가려 한다. 친구를 만나 맥주 한 잔 마시며 ‘아, 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놈이었지’라며 나 자신을 돌아본다. 어제도 그제도 친구를 만났다. 그저께는 (최)우식이 촬영장에 갔다왔고, 어제는 태형(방탄소년단 뷔)이랑 (박)형식이를 만났다. 늘 보던 사람들 만난다. 정말 친한 친구들은 같이 있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Q. 최근 출연한 작품들이 다 잘 됐다. 왜 대중이 배우 박서준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박서준: 잘 될 줄 알고 작품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작품, 캐릭터가 좋아서 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안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단 건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별한 비법같은 건 없다. 이 감사한 마음을 앞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꾸준히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랑을 받다보니 사명감도 생기고 부담도 생긴다.

Q. 배우로서 고민이 있다면?
박서준: 그동안은 어떻게 해야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시청자와 관객을 공감시킬지, 그런 고민을 꾸준히 해왔다. 지금은 어떤 필모를 채워가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좋은 연기로 한사람이라도 더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제공=어썸이엔티]

(SBS funE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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