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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 라마, 폭염 속 스탠딩 공연도 천국으로 만들다

입력 : 2018.07.31 14:20|수정 : 2018.07.31 14:20


피부가 타오를 듯 뜨거운 날씨였다. 하지만 현재 힙합신의 제왕이라 불리는 켄드릭 라마와 그의 공연을 즐기는 2만여 명의 열기는 장담컨대 그보다 더 뜨거웠다.

지금까지 발표한 4장의 정규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12차례 수상했고 지난 4월에는 힙합 뮤지션 최초로 언론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퓰리처상을 수상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켄드릭 라마가 30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4 KENDRICK LAMAR’를 열었다. 

현재 가장 뜨거운 슈퍼스타의 첫 내한공연이다. 2만여 전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많은 공연을 봐왔지만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보지 못했다”라며 예매 열기를 전한 한 관계자. 그 열기를 입증하듯 공연장은 그야말로 전 세계의 힙스터들은 다 모인 듯 장관이었다.

관객들은 공연 전부터 음악에 몸을 맡기며 흥을 냈다. 탑, 핫팬츠 등으로 멋을 낸 관객들의 의상도 눈길을 모았다. 상기된 관객들 앞에 오후 8시 정각, 마침내 켄드릭 라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진에 흰 티셔츠, 운동화를 매치한 간소한 차림의 그였지만 이런 게 스웨그인가. 비트에 몸을 맡기고 폭풍같은 랩을 쏟아내는 그에게서는 섹시미가 넘쳤다.

켄드릭 라마는 ‘DNA’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시작부터 국내 팬들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이 곡이 흐르자 공연장의 열기는 그야말로 영광로처럼 달아올랐다. 켄드릭 라마의 팬이라면 사랑해 마지 않는 이 곡은 그에게 ‘제60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5관왕을 안겨준 정규 4집 ‘댐’(Damn.)의 타이틀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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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을 시작으로 켄드릭 라마는 약 1시간 동안 ‘짧고 굵게’ 관객들을 달궈놨다. ‘엘리먼트’(Element)는 관객들의 떼창을 유발했고 ‘킹 쿤타’(King Kunta)의 무대 퍼포먼스 또한 장관이었다. 그 중에서도 켄드릭 라마의 힘이 넘치며면서도 이 이상 더 유려할 수 없는 랩핑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게다가 이 곡은 흑인 노예의 투쟁사를 그린 알렉스 헤일리 소설 ‘뿌리’에서 영감을 얻은 곡인 만큼 마치 전사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는 이어 ‘빅 샷’(BIG SHOT)', ‘스위밍 풀즈’(SWIMMING POOLS), ‘백시트 프리스타일’(BASEAT FREESTYLE) 등을 연이어 쏟아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창 흥이 난 관객들이 떼창을 하고 춤을 추고 있을 때 ‘로열티’(LOYALTY)가 나왔고 그의 대포와 같은 랩핑도 절정에 이를 무렵 현장 스태프의 실수로 곡이 잠시 중단되는 음향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에도 한 차례 더 음향사고와 스크린이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켄드릭 라마는 박자를 맞추며 여유있게 무대를 이어갔고 관객들도 그런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런 그의 모습은 야외에 기세 좋게 자리한 무대와 그 무대에 설치된 세 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장 구석구석에 파고 들었다.

계속 섹시하기만한 것은 아니었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에 오기 전 “겉절이, 얼갈이 된장국 등 한식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며 귀여움(?)을 폭발시켰던 켄드릭 라마는 이 날도 “신나게 파티를 즐기자!”라며 관객들과 호흡했다. 또 저녁이 돼 각종 벌레들이 불빛을 따라 자신에게 몰려들자 그 벌레들을 열심히 쫓는 앙증스러움도 뽐내 눈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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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염에 야외, 게다가 올 스탠딩 공연이었다. 2만여 명이 살을 맞대고 공연을 봐야하는 그 상황이 상상이 가는가. 손을 들고 흔들다 보면 땀에 젖은 옆사람의 팔이 내 팔에 마구 닿는다. 너무나 괴로울 것 같았지만 사실 너무나 즐거웠다면 믿겠는가.

힘이 넘치는 것이 대포알 같지만 촘촘함과 그 유려함은 깃털 같은 켄드릭 라마의 랩핑과 그 특유의 재기 발랄한 영상에 땀으로 샤워를 했을 지언정 눈과 귀는 톡 쏘는 사이다를 마신 듯 시원했다.

켄드릭 라마는 ‘험블’(Humble)을 끝으로 무대를 내려갔다. 역대 단독 내한공연 중 가장 짧은 축에 든다고 할 수 있는 1시간 남짓의 공연이었다. 관객들은 너무나 아쉬웠고 그렇게 그를 보낼 수 없었다. 관객들은 “켄드릭! 켄드릭!”을 외쳤다. 그러자 잠시 후 켄드릭 라마는 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앙코르 곡은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영화 ‘블랙팬서’의 주제가 ‘올 더 스타즈’(All the stars)였다. 켄드릭 라마의 요청에 관객들은 일제히 핸드폰 플래시를 켰고 어둠이 내려 앉은 공연장은 무대 위의 켄드릭 라마와 객석의 관객들이 비추는 불빛으로 가득찼다. 관객들은 ‘올 더 스타즈’를 떼창했다.

그렇게 켄드릭 라마는 첫 내한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여전히 젊은 우리가 그와 함께 이런 날을 즐길 날이 곧 또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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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켄드릭 라마는 ‘투 핌프 어 버터플라이’(To Pimp a Butterfly)를 발표하며 자신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재즈와 펑크를 기조로 한 힙합 음악에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이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등극했으며 롤링스톤과 피치포크, 빌보드 등 주요 음악 전문 매체에서 2015년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됐다. 켄드릭 라마는 이 앨범으로 제5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을 포함한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베스트 랩 퍼포먼스와 베스트 랩 송, 베스트 랩 앨범 등 5관왕을 차지했다.

2017년 켄드릭 라마는 힙합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명반인 ‘댐’을 발표한다. 싱글로 공개된 ‘험블’은 빌보드 차트 1위에 안착했으며, ‘DNA.’, ‘로열티’, ‘러브’(LOVE), ‘엘리먼트’ 등의 수록곡이 큰 인기를 누린다. 특히, 그는 이 앨범으로 제60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랩 앨범, 베스트 랩 송 등 5관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 힙합 뮤지션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그의 앨범을 ‘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삶이 지닌 복잡성을 강렬한 글로 보여주는 언어적 진정성과 리드미컬한 활력으로 묶은 명곡 모음’이라고 평가했다. 켄드릭 라마의 퓰리처상 수상은 클래식과 재즈 이외의 장르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사진>현대카드 제공.    

(SBS funE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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