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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판사' 재판 개입 정황…문건대로 진행

김기태 기자

입력 : 2018.07.24 21:51|수정 : 2018.07.24 21:51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사법 농단 관련 미공개 문건을 조사하다가 부산 스폰서 판사로 지목된 문 모 판사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간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2016년 9월 작성한 것으로 건설업자 정 모 씨가 기소된 사건 재판에 문 판사가 관여한 정황이 담겨 있습니다.

문 판사는 정 씨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2015년 법원행정처의 구두 경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해당 문건에는 '문 판사가 업자 정 씨가 기소된 항소심 재판부의 심증을 유출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에 대해 정보를 유출한다는 소문과 관련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문건에 기재돼 있습니다.

문 판사는 당시 정 씨의 재판이 진행 중이던 부산고등법원에 재직 중이었습니다.

문건에는 또 '검찰 불만 등을 무마하기 위해 2심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며 '법원행정처장이나 차장이 부산고등법원장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혀 있습니다.

특히 '법원행정처의 개입이 노출되면 안 된다'는 주의 사항까지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문건에 나오는 대책은 문 판사의 스폰서로 지목된 업자 정 씨에 대한 2심 선고를 늦추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 씨와 친한 문 판사가 재판 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판을 1~2번 더 진행해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미 변론이 모두 종결된 뒤 선고만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실제 이후 재판은 문건 내용처럼 진행됐습니다.

정 씨의 2심 재판부는 2016년 11월 변론을 재개했고 2번 더 공판이 진행됐으며 선고 역시 2016년 11월에서 2017년 2월로 바뀌었습니다.

1심에서는 무죄였는데 항소심에서는 유죄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부산고등법원장이었던 윤 모 변호사는 "법원행정처로부터 관련 전화를 받은 적이 었다"고 문건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당시 재판장 역시 "외부 연락을 받은 바 없고 변론 재개는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업자 정 씨와 문 판사의 스폰서 관계 정황을 이미 2015년에 통보받았던 법원행정처가 이듬해 문 판사의 다른 비리 의혹을 포착하고도 징계하지 않고 오히려 재판 개입까지 검토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은 상고법원을 추진하던 법원행정처가 문 판사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친분 관계를 의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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