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고용 부진이 이어지며 소비자심리가 1년 2개월 만에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전월 대비 하락 폭은 최순실 사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뒤숭숭하던 2016년 11월 이후 가장 컸습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8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5.5로 한 달 전보다 2.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CCSI는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낙관적임을, 100 미만이면 비관적임을 뜻합니다.
CCSI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쭉 미끄러지다가 지난달 0.8포인트 반등하며 하락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바로 내림세로 돌아서며 모처럼 만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전월 대비 하락 폭은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최대입니다.
당시는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가 불거지던 때였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하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상당히 적었고 잠잠할 것처럼 보이던 미·중 무역분쟁 재연되는 점이 소비자심리에 좋지 않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7만2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취업자 증가 폭은 2010년 1월(-1만명)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작았습니다.
미국은 지난 15일 중국산 제품 총 1천102개 품목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고 이에 중국 정부도 동등한 규모의 보복조치에 나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표 가운데 5개가 하락했습니다.
현재경기판단CSI(84), 향후경기전망CSI(96)는 각각 5포인트씩 하락했는데, 현재경기판단CSI는 작년 5월(82)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물가인식'은 2.6%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물가인식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2.5%로 고정됐다가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고,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담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같았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 같은 주요 품목으로는 공업제품(59.4%), 공공요금(43.0%), 농축수산물(37.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