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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짜리 건물 계약금 1천만 원에 넘겼다가 사회초년생들 피해

권태훈 기자

입력 : 2018.05.18 07:55|수정 : 2018.05.18 07:55


최근 서울 영등포의 한 원룸 건물 세입자인 사회초년생 수십명이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거리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원래 건물주가 부동산 전문 사기꾼에게 속아 약 50억 원 상당의 원룸 건물을 계약금 1천만원만 받고 소유권을 넘겨줬다가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8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부동산 사기 혐의로 이 모(57) 씨를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이 A 씨로부터 접수됐습니다.

A 씨는 앞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 원룸 건물을 이 씨에게 넘기기로 하고 계약금 1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40여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9층짜리 건물로, 건물 가치는 47억 6천만 원이었습니다.

12억 원 근저당 설정이 돼 있고, 35억6천만 원이 임차보증금으로 잡혀 있었습니다.

이 씨와 A 씨는 보증금 등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계약금 1천만 원, 매매잔금 1억1천500만 원에 건물을 양도하기로 계약했습니다.

A 씨는 이 씨가 양도소득세(3억2천만 원)를 대신 내주기로 하는 조건으로, 계약금만 받고도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줬습니다.

두 사람은 원래 친분이 없었지만, 이 씨가 재력가 행세를 하며 A 씨에게 접근해 알게 되면서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 씨는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A 씨에게 접근했고, 양도소득세를 대신 내주기는커녕 매매대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계약금만 믿고 먼저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줬던 A 씨는 1천만 원에 50억 원 가치의 건물을 넘긴 셈이 됐습니다.

이후 이 씨는 월세 세입자들에게는 전세 보증금을 시세보다 싸게 해준다며 꼬드겨 월세를 전세로 전환, 보증금 10억 원도 추가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건물을 담보로 주변에서 마구잡이로 돈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씨가 채무를 갚지 않자 결국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고,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날 처지가 된 것입니다.

이 씨는 이미 당산동의 다른 원룸 건물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여 총 피해자가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입자들은 이 씨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 씨는 현재 또 다른 사기사건으로 이미 구속이 된 상태이며, 부동산 소유권 이전 사기사건 관련 조사에서는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씨는 사기 등의 전과가 40여건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원룸 건물 등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잔존가치가 아무리 낮더라도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치른 후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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