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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선택한 호주 104세 과학자…'환희의 송가' 들으며 영면

정연 기자

입력 : 2018.05.10 23:41|수정 : 2018.05.11 09:11


▲ 구달 박사가 10일(현지시간) 숨을 거둔 라이프 서클 클리닉의 침대 

안락사를 결심하고 스위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호주 최고령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104살 일기로 생을 마쳤습니다.

구달 박사는 현지시각으로 어제 낮 12시 30분쯤 바젤의 라이프 사이클 클리닉이라는 기관에서 진정제와 신경안정제 등을 투여받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마지막 부분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눈을 감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명한 생태학자인 구달 박사는 안락사를 금지하는 호주의 법을 피해 지난 2일 스위스로 출발했습니다.

스위스는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구달 박사는 숨지기 전날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더는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 내일 삶을 끝낼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 의료진에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8일 CNN 인터뷰에서 "5년, 10년 전부터 삶이 즐겁지 않았다. 움직이는 게 불편해지고 시력이 나빠진 것도 일부 원인이기는 하다"며 "내 삶은 야외 활동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밖에 나갈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84세였던 1998년 운전면허가 취소되면서 구달의 삶은 크게 바뀌었고, 혼자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말했습니다.

호주는 빅토리아주를 제외하고 다른 주는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으며 빅토리아주 역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만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데 실제 시행은 내년 6월부터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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