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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억류자 석방' 말 바꾸는 줄리아니…"나도 신문 보고 안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18.05.06 17:31|수정 : 2018.05.06 17:59


트럼프 행정부의 동향을 속속 들이 전해 이른바 '빅 마우스'로 통하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또 북한 억류자들의 석방 시점을 거론했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법무팀에 합류한 줄리아니 전 시장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이란자유회의' 연설에서 "북한에 오래 억류된 이들 3명이 며칠 내에 석방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일이 실현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줄리아니 전 시장은 지난 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 나와 "억류자 3명을 오늘 석방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잘 이해시켜 놓았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발언은 당일 억류자 3명이 석방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으나 백악관은 보도의 타당성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억류자들은 당일 석방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억류자들의 신변안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사안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언급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미국 관리들도 줄리아니 전 시장이 북한 현지에서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줄리아니 전 시장은 '오늘 석방' 발언이 순전히 언론을 보고 추정한 것이었다고 뒤늦게 털어놨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당시 발언이 신문 해설을 토대로 자신이 내린 예상이었으며 내부 정보를 인지하거나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 사안을 논의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CNN의 질문에도 비슷한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미국인 억류자 3명의 상황에 대해 말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들의 상황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그의 지난 3일 발언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 석방을 위해 당국이 노력하고 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나한테 공유되지는 않는다. 나도 당신들처럼 신문을 읽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은 말을 적게 할수록 더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조야에서는 줄리아니 전 시장의 경솔한 발언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막판에 협상이 좌초될 위험, 가족들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하는 책무 때문에 억류자 문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게 미국 정부가 오래 지켜온 관행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윗을 통해 억류자 석방건을 직접 언급하며 "채널 고정!"과 같은 가벼운 언어까지 구사한 터라 자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정책 자체가 미성숙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과 단 5분이라도 협상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어나지 않은 일은 발표하지 않는 게 낫다는 점을 누구나 명확히 안다"며 "그 사람들이 일을 다르게 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건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심각한 작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내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고든 창은 지난 4일 폭스 비즈니스에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이 기존 3명 외에 또 한 명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그는 "북한에 데이비드 스네던이라는 이름의 4번째 미국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그가 거기에 있다는 것은 완전히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그를 억류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스네던은 2004년 중국에서 사라진 미국 브리검영 대학 학생입니다.

그의 부모는 지난해 폭스뉴스에 스네던이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돕도록 하기 위해 북한 요원들이 그를 납치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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