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美 관리들 '싱가포르' 왜 선호?…'판문점'은 상징성 부담되나

유영규 기자

입력 : 2018.05.06 16:29|수정 : 2018.05.08 15:16


한반도 운명의 물줄기를 바꿀 북미정상회담의 역사적 무대로 싱가포르가 막판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 표명 속에서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낙점될 가능성이 점쳐지던 판문점 카드는 밀려나는 분위기입니다.

싱가포르는 외교적 중립지역으로서 과거 북미 비공식 접촉이 이뤄진 곳인 데다가 두 정상의 이동과 신변 안전·경호, 언론 접근성 등 면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여러가지 인프라가 잘 갖춰진 최적지로 평가됩니다.

싱가포르는 북미 접촉 외에도 타국의 최고위급 회담을 중립적으로 치른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전 타이완 총통 간 양안 분단 66년 만의 첫 정상회담도 이곳에서 열렸습니다.

국제 항공교통의 허브로서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이나 북한의 구소련시대 비행기의 보수 정비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평양∼싱가포르의 거리가 4천700㎞여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가 중간 급유 없이 비행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 대사관이 모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실무적인 회담 준비에도 유리합니다.

이밖에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기 위해서는 화려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미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관리들은 처음부터 싱가포르 개최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판문점의 경우 상징성이 크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 상징성이 미국 측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비핵화 협상)이 잘 풀리면 제3국이 아닌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판문점이 유력 후보지로 급부상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참모진의 반대가 컸다는 후문입니다.

이미 지난달 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곳이어서 신선도가 높지 못하고, 분단의 상징적 무대라는 점에서 '비핵화 담판'보다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중요 합의를 도출해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측이 감안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 가는 것 자체가 북미 간 합의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이는 협상 전략상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북미가 주도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한국의 중재역할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수 있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신경 쓰이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워싱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기적 이벤트의 극적 효과를 노려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은 곳을 '깜짝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 외교소식통은 "장소 선정에 있어서는 트럼프의 '변덕'이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