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목소리는 우수에 젖은 눈빛 만큼이나 여심을 흔든다. 그런 면에서 박효신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여심을 초토화 시킬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노래하는 박효신 싫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음색을 자랑하는 박효신이 신곡 ‘별 시’를 발표했다. 지난 1월 1일 발매한 싱글 ‘겨울소리’ 이후 4개월 만이고 2016년 발표한 7집 이후로는 2년여 만에 발표하는, 정규 8집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1999년 1집 ‘해줄 수 없는 일’로 데뷔한 박효신은 굵은 목소리로 마치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일명 ‘소몰이 창법’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굵은 목소리를 타고 터져나오는 감성은 ‘바보’, ‘좋은 사람’, ‘해줄 수 없는 일’, ‘먼 곳에서’ 등과 제대로 맞아 떨어졌고 지금도 찾아 듣게 되는 ‘명곡’이 됐다.
‘소몰이 창법’의 대표적인 주자였던 박효신은 이후 점점 창법의 변화를 맞았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소 과하고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창법적인 부분을 조금씩 덜어냈다. 2004년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OST ‘눈의 꽃’에서도 이미 이런 변화는 느낄 수 있지만 2007년 발표한 5집 ‘추억은 사랑을 닮아’ 이후 담백하고 좀 더 감정을 절제하고 경쾌하다는 느낌이 드는 창법으로 크게 변했다.
워낙 데뷔 때부터 ‘노래 잘하는 가수’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기에 안정적인 그 자리에 안주 할 수도 있었던 박효신은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했고 현재는 데뷔 때와는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창법이 크게 변한 모습이다.
그 덕에 지금은 몽환적이기까지한 그의 목소리는 사랑 노래 뿐만 아니라 인생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하는 ‘야생화’ 같은 철학적인 곡도 탄생시켰다.
2014년 발표한 ‘야생화’는 지난 2010년에 발표한 정규 6집 ‘Gift Part.2’에 이어 4년 만에 선보인 신곡으로 오랜 공백기를 가진 박효신이 스스로를 이 꽃에 투영시켰다고 말할 만큼 우여곡절 많았던 인생을 담았다. 당시에도 가사가 마치 시 같다는 호평 속에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사랑을 받은 이 곡은 지난 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진행된 국빈 만찬 행사에도 울려 퍼졌다.
박효신은 직접 만찬에 참석해 이 노래를 선사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하얗게 피어난 얼음꽃 하나가 달가운 바람에 얼굴을 내밀어 아무 말 못 했던 이름도 몰랐던 지나간 날들에 눈물이 흘러”, “멀어져 가는 너의 손을 붙잡지 못해 아프다. 살아갈 만큼만 미워했던 만큼만 먼 훗날 너를 데려다줄 그 봄이 오면 그날에 나 피우리라”라는 등의 ‘야생화’ 가사처럼 그동안 한미 양국이 함께 겪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아름답게 피어나길 소망하는 마음에서 이 곡을 선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격정적인 감정과 묵직한 창법을 덜어내고 절제한 공간에는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위로가 더 깊이 담긴 것이다. 덜어냈기에 그만큼 무한한 여백이 생겼고 그 안에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게 된 느낌. 무엇이든 너무 꽉 차 있을 때는 새로운 것을 담기 어려운 법이니까 말이다.
벌써 데뷔 20년. 노래 잘하는 가수 네 명을 꼽아 흔히 4대천왕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라고도 말하는데 노래 잘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오롯이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내는 음악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박효신이 앞으로 한동안 계속될 8집의 항해 동안 또 어떤 음악으로 듣는 이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남길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SBS funE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