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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에 냉담하던 獨…탄생 200주년 맞아 재조명

입력 : 2018.05.03 01:37|수정 : 2018.05.03 01:37


독일은 오는 5일(현지시간) 탄생 200년이 되는 세계적인 사상가로 마르크스주의 창시자 카를 마르크스를 배출한 국가지만, 그에 대한 시선은 차가운 편이다.

전체주의로 흐르며 결국 실패한 동독과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에 대해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독일 통일도 서독이 동독을 사실상 흡수통일한 데다, 동독체제에서의 인권유린 등에 대한 문제점이 이후 부각된 탓도 크다.

지난해 중국이 마르크스 대형 청동상을 그의 고향인 트리어시(市)에 선물하기로 하자, 동독 체제의 희생자 관련 단체와 일부 보수 정치권은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주민들도 의견이 갈리면서 시의회가 투표까지 벌이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르크스가 실질적인 활동을 1800년대 산업화의 선두에 섰던 영국 등에서 한 데다, 유럽의 경우 그의 이론에 따른 프롤레타리아 혁명도 러시아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독일 학계와 언론에서는 올해 인본주의적 관점 등에서 마르크스에 대한 재조명이 조금씩 이뤄져 왔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자본주의 몰락을 예견한 지 150여 년이 지난 현재, 자본론은 지구 곳곳에서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지만, 그 부작용에 대한 치유책으로 마르크스주의는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인간 소외 현상과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증가하는 빈부격차 현상에 대해 마르크스주의가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독일 학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한스 뵈클러재단 소속 거시경제연구소의 구스타프 포른 소장은 2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모든 것을 상업화하는 자본주의는 심각한 소외 현상의 출발점"이라며 "이것은 오늘날 본래성에 대한 갈망을 낳고 있다"고 마르크스주의를 주목했다.

데카방크의 경제전문가 카터는 "마르크스는 우리와 유사한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오늘날 산업 분야가 자동화에 위협을 받듯이 당시 농업 분야도 그랬다"고 분석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최근 칼럼에서 "마르크스의 최대 장점은 경제를 정적으로 보지 않고 생산적인 자산의 축적을 통해 전개되는 역학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결과적으로 마르크스주의는 비참했던 현실 사회주의에 이론적 근간이 되긴 했지만, 자본주의를 개혁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면서 독일에서도 복지국가 형성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등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들은 더 이상 물리적 생산 수단이 아닌 데이터와 지식, 콘텐츠, 창의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21세기는 자본이 없는 자본주의로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국가가 전보다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쾰른대 독일경제연구소의 미카엘 휜터 소장은 dpa 통신에 "소외 개념은 역사적으로 단체교섭과 사회적 협력, 직업훈련, 표준 고용관계의 안정성에 의해 극복돼 왔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볼커 빌란트는 "경제발전에 대한 마르크스 이론은 무의미하다"면서 "실질적인 경제발전 상황을 볼 때 그의 예측은 틀렸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요르그 크래머도 "시장 국가는 서구세계에서 많은 국민에게 번영을 가져다주었다"면서 "여러 아시아 국가도 시장경제를 통해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마르크스는 기본적인 사회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트리시어에서는 5일 중국이 선물한 마르크스 청동상 제막식을 열어 마르크스에 대한 기념 작업에 나선다.

트리어시는 최근 3유로의 가격에 가치가 '0유로'인 기념 지폐를 판매했다.

언뜻 일반 지폐와 유사한 기념 지폐에는 마르크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트리어시는 처음에 5천 장을 발행했다가 순식간에 팔려나가자 2만 장을 더 제작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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