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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쫓으려 8세 소녀 성폭행·살해한 힌두 주민…인도 사회 발칵

류희준 기자

입력 : 2018.04.16 16:09|수정 : 2018.04.16 17:14


인도에서 종교적인 갈등과 여당 주의원의 일탈이 빚은 8세와 16세 소녀 성폭행·살해 사건이 전국적인 시위를 촉발했습니다.

수도 뉴델리를 비롯해 뭄바이, 벵갈루루, 보팔 등 여러 도시에서 어젯밤(15일) 수천 명이 모여 올해 초 벌어진 8세 무슬림 소녀 성폭행·살해 사건 등에 항의하는 촛불 시위를 열었습니다.

인도에서 전국적인 성범죄 항의집회가 열린 것은 2012년 12월 뉴델리 여대생 버스 내 집단성폭행 사망 사건 이후 처음입니다.

뉴델리에서는 의회 앞 도로에 2천여 명이 모였고, 델리 여성위원회 스와티 말리왈 위원장은 미성년 대상 성폭행 재판을 6개월 내 마칠 것을 촉구하는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앞서 잠무-카슈미르 주 카투아에서는 무슬림 가족의 8세 소녀가 지난 1월 초 실종됐다가 1주일 만에 성폭행·고문 흔적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수사에 미온적이던 경찰은 무슬림 주민의 격렬한 시위와 주 총리의 지시를 받고서야 힌두 주민들이 무슬림 유목민을 쫓아내려는 의도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고 전직 주 정부 공무원과 현직 경찰관 등 8명을 최근 체포했습니다.

이 사건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 여당 인도국민당(BJP) 소속 잠무-카슈미르 주 주의원 2명이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사임하는 등 힌두와 무슬림 간 갈등을 둘러싼 정치 문제로도 비화했습니다.

힌두 주민들이 다수인 잠무 시 변호사 협회는 경찰 수사에 불만을 품고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운나오에 사는 한 16세 소녀가 1년 전 인도국민당(BJP) 소속 쿨딥 싱 셍가르 주의원과 그의 동생에게 성폭행당했다며 지난 8일 요기 아디티아나트 주 총리의 집 앞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 소녀의 부친은 앞서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달 초 셍가르 주의원의 동생에게 심하게 구타당했고 지난 9일 숨졌습니다.

셍가르 주의원 형제는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서부 구자라트 주 수라트에서 지난 6일 신원을 알 수 없는 10세 전후의 소녀가 성폭행당한 뒤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모디 총리는 지난 13일 어떤 범죄도 방관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며 내부의 악을 없애기 위해 협력하자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모디 총리의 언급이 너무 늦은데다 여당 주의원들이 범죄에 연루된 데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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