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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의 노조 와해 방식은 '왕따'" 전 직원의 증언

입력 : 2018.04.12 10:01|수정 : 2018.04.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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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삼성에서 실제로 노조원을 사찰했던 직원과 어렵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직원은 자신의 본래 업무와는 상관없는 노조원 감시와 사찰에 죄책감을 느꼈고 그래서 결국 삼성을 그만뒀다면서 저희 취재진에게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서 삼성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었는지 자세히 털어놨습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김기태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삼성그룹 모 계열사에 근무하던 A 씨는 지난해 초 직속 상관인 한 임원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A 씨는 이 임원에게서 사내 노조 가입자의 동향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A 씨 : 불똥 안 튀게. 다른 사람 가입 안 하게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지켜보는 업무를 네가 담당자니까 동향 보고를 해라.]

A 씨가 윗선의 지시를 받아 노조 가입자의 동향과 주변인 등을 파악해 보고한 지 한 달 뒤. A 씨는 삼성이 노조 가입자가 아닌 그와 가까운 동료들을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발령내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A 씨 : 한두 명씩 발령을 내는 거에요. 우리 쪽에서 일 잘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멀리 발령을 보내고. 또 한 명 보내고.]

A 씨는 또, 삼성이 노조 가입자를 주말 또는 야간 근무에서 제외하는 등 노골적으로 좋은 시간대에만 일하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 : 야간이나 주말 빠진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채워야 하니까, 그 사람 때문에 피해 보는게 많아지잖아요 비노조원들이. 그 부분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A 씨는 이런 방식이 삼성이 노조를 와해시키는 전략이었다고 말합니다.

[A 씨 : 불편한 분위기 만드는 거죠.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 피해 본다. 이런 분위기가 되버리니까. 왕따 비슷하게 되는 거죠.]

삼성의 이 왕따 전략은 주효했습니다. 공략 대상이 된 노조원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A 씨 : 내가 여기 있어서 다른 사람 피해 보니까 너무 괴롭다. 내가 관두면 그 사람들 발령 안 나는 거냐 물어보더라고요. 사실은 그런 식으로 그만두게 하는 거죠.]

삼성 측은 이런 방식의 노조 사찰은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삼성의 노조 와해 문건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우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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