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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이대목동 의료진 구속 반발에 여론 '싸늘'…유족 "황당해"

조민성 기자

입력 : 2018.04.04 17:51|수정 : 2018.04.04 17:51


"명백하게 잘못을 저질러놓고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요? 의사라는 직업군은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특권층인가요?"

지난해 12월 신생아 4명이 숨진 이대목동병원의 의료진이 4일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된 것을 놓고 의료계에서 반발한다는 소식을 접한 유족 대표 조모(41)씨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밤새 잠도 못 자고 법원의 구속심사 결과를 기다렸다는 조씨는 인터뷰 내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이를 황망히 떠나보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의료계의 구속철회 주장을 접했습니다.

조씨는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사망 사고가 있었다면 정상을 참작해야겠지만 경찰 수사결과 병원은 여러 지침을 수없이 어겨온 것을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씨는 "잘못을 했으면 응당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의료계에서는 저수가 운운하며 본질을 호도하며 이대목동병원이 저지른 잘못은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를 황망하게 떠나보낸 아픔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조씨는 다른 유족들과 협의를 거쳐 의료계의 이러한 반발에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시선도 유족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을 부정하는 의료계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세 살 난 딸을 키우는 직장인 한모(33)씨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고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이 너무나 자명한데 이걸 놓고 '선의에 기반을 둔 의료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의 앞뒤가 안 맞는 황당한 주장으로 들린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사원 오모(33·여)씨는 "한 공간에서 아이 4명이 동시에 숨지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 갑자기 우연히 일어났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병원 측에서 그간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해온 것일지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씨는 "보험제도 운운하는 것은 의료계가 보건당국에 항의할 일이지 그 이유로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잘못이 있으면 누구라도 벌을 받아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이러한 사고가 자신에게도 언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다보니,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의과대학에 다니는 이모(29)씨는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도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에 서명을 하더라"며 "주사제가 소아용으로 나온 게 없어서 무균처리된 성인용 하나 뜯어서 나눠쓴 것이라고 하던데 어찌 됐든 제도적으로 손 볼 부분은 이번에 손보고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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