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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 주식 팔면 탈세?…대법 "부정한 목적 입증돼야"

박원경 기자

입력 : 2018.04.04 06:49|수정 : 2018.04.04 06:49


자기 소유의 주식을 다른 사람 명의로 바꾼 뒤 팔았더라도 조세회피 목적이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무조건 부정을 저질렀다고 간주해 과세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현행 국세법에는 조세회피 등 부정한 목적으로 명의신탁한 주식을 거래할 때는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세금 부과 기간도 길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명의신탁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세무당국에 유사 사례의 과세 기준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인천의 한 운수업체 전 대표 홍 모 씨가 인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전부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홍 씨는 2008년 5월 두 아들과 처제 명의로 회사 주식 2만700주(17.25%)와 자신 명의의 1만5천600주(13%)를 친형에게 24억 원에 넘겼습니다.

당시 주식 양도세도 자신과 두 아들, 처제 이름으로 각각 계산해 납부했습니다.

하지만 인천세무서는 7년이 지난 2015년 3월 양도된 주식이 사실상 모두 홍 씨 소유이므로 홍 씨가 3만6천300주(30.25%)를 한꺼번에 친형에게 처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양도세 9천512만원 등을 추가 부과했습니다.

홍 씨는 세무서의 과세에 불복해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에서는 홍 씨의 주식 명의신탁이 누진세율을 피하기 위한 조세포탈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면 과세 기간이 10년까지여서 2008년 주식 처분에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부정한 목적이 없었다면 과세 기간이 5년까지여서 2008년 주식 처분에는 2013년까지만 세금을 물릴 수 있고, 2015년에 부과한 양도세는 무효가 됩니다.

1심은 "홍 씨가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아들, 처제 명의로 작성된 주식양도양수 계약서도 제출했던 점 등에 비춰 자신이 실질적으로 보유하던 주식의 거래를 적극적으로 은닉하는 행위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5년 양도세 부과처분은 적법했다고 판결했습니다.

2심도 "명의신탁 등으로 누진세율을 회피하고 수입을 분산하는 등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고 보여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홍 씨의 주식 중 가족에게 증여했다고 볼 수 있는 주식을 거래한 부분은 과세를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식을 부정한 목적으로 명의신탁했다는 점을 검찰이 증명하지 않는 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2015년 양도세 부과가 전부 무효라고 판단해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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