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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 기본소득 문의 빗발…"오성운동 이겼으니 빨리 달라"

입력 : 2018.03.10 01:12|수정 : 2018.03.10 01:12


지난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반체제 신생정당 오성운동이 최대 정당이 되며 집권에 바짝 다가선 가운데, 오성운동 지지세가 거셌던 남부를 중심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문의가 벌써부터 빗발치고 있다.

9일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선거 직후부터 풀리아 주를 비롯한 남부 도시의 사회보장 관련 기관과 구직 센터 등에는 총선에서 오성운동이 이겼으니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한 사람들이 수 십 명씩 찾아오며 직원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풀리아 주 바리 인근의 한 직업 센터에는 주로 실직 상태인 젊은이들과 이민자 등 수 십 명이 주중에 찾아와 기본소득 수령을 위해 작성해야 할 신청서를 요구했다.

이들은 "기본소득은 아직 정책으로 발효되지 않았고, 언제부터 시작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는 직원들의 설명에 실망한 채 발길을 되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문의가 쇄도하자 시칠리아 주의 주도인 팔레르모의 한 사회보장 센터는 "우리 사무실에는 기본소득과 관련한 사항을 취급하고 있지 않다"는 공지를 아예 사무실 앞에 써붙이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총 투표의 약 32%를 얻어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떠오른 오성운동은 저소득층과 실직자를 위해 월 780 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낙후된 남부 선거구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오성운동은 단독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집권을 위해서는 다른 정당과 연정에 합의해야 한다.

약 37%의 표를 얻어 최다 의석을 확보한 우파연합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꾸려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두 세력 사이의 집권 경쟁이 본격화 한 상황이다.

이처럼 아직 오성운동의 집권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은 빈곤이 널리 퍼진 남부에서 오성운동의 기본소득 공약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했는지를 방증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실제로 도입되면 국내총생산(GDP)의 131%를 웃도는 국가 채무를 지고 있는 이탈리아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 공약이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기본소득과 관련, 선거 직후 TV에 출연해 "오성운동이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최소 2년은 지급이 지연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기 본소득 공약이 당장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성운동은 기본소득 신청을 위해 벌써부터 각 지역 사회보장 센터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이는 선거에서 진 민주당이 꾸며낸 '가짜 뉴스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오성운동이 공약으로 제시한 바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받으려면 18세 이상의 저임금 또는 실직에 처한 성인 또는 빈곤층 가족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만일 특정 개인이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 매월 780 유로를 수령할 수 있고, 780 유로에 미달하는 봉급을 받을 사람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봉급과 780 유로의 차액만큼을 지급한다.

가령, 특정 근로자가 파트타임 노동을 통해 매월 300 유로를 받고 있다면, 나라에서 480 유로를 보조받는 식이다.

성인 2명, 아동 2명으로 구성된 빈곤층 4인 가정의 경우 1천638 유로(약 217만원)까지 주어진다.

기본소득 신청자는 직업 센터에 반드시 등록을 마쳐야 하며, 일자리 제안을 3차례 거부할 경우 기본소득 수령 자격이 박탈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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