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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민주당, 총선 참패 후 내홍…오성운동과 연대 여부 놓고 충돌

입력 : 2018.03.07 04:55|수정 : 2018.03.07 04:55


이탈리아 총선에서 기록적인 참패를 당한 집권 민주당이 오성운동과의 연대 여부, 대표직 사퇴를 발표한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거취 등을 놓고 내홍에 휩싸였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전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렌치 전 총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국민이 우리에게 요구한 것처럼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며 "만약 당내 누군가가 다르게 생각한다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조속한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민주당이 오성운동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심심치 않게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당내 반(反)렌치파의 대표적 인물인 미켈레 에밀리아노 풀리아 주지사는 이날 "우리는 오성운동이 주도하는 정부를 지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탈리아는 정부 구성 협상을 위해 오랫동안 기다릴 수 없다"며 "우리가 오성운동과 손을 잡을지 여부를 즉각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당초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약 19%의 역대 최저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이 주도한 중도좌파연합도 약 23%의 표를 얻는 데 그쳐, 우파연합(득표율 약 37%), 오성운동(약 32%)에 멀찌감치 밀렸다.

민주당은 단일 정당으로는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으나, 우파연합의 일원인 극우정당 동맹(약 17%)에게조차 턱밑까지 바짝 쫓기는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우파연합과 오성운동 두 세력 모두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터라 민주당이 연정의 한 축으로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 형국이다.

렌치 전 총리는 전날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민주당은 오성운동을 비롯한 극단주의 세력과는 결코 연정 구성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차기 정부에서 야당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렌치 전 총리는 "오성운동과 동맹은 민주당을 모욕한 세력이고, 우리의 가치에 반대된다"며 "그들은 반(反)유럽적, 반정치적일 뿐 아니라 증오의 언어를 사용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우리를 부패하고, 마피아 같다고 했으며, 우리가 난민 수용을 위해 손에 피를 묻혔다고 했다. 그들이 하루 아침에 생각을 바꿀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내에서 감지되고 있는 오성운동과의 연대 움직임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탈리아 정치평론가인 마리오 세키는 오성운동이나 동맹과의 연정 구성에 부정적인 렌치 전 총리에 대해 "렌치는 벙커에 들어가 민주당 전체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격"이라며 렌치 전 총리는 작년 9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 대연정을 거부해 국정을 수 개월 마비시켰다가 결국 대연정 참여를 수락한 마르틴 슐츠 독일 사민당 전 대표와 동일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전날 사퇴를 발표한 렌치 전 총리가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당내 반대파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반대파는 렌치가 사퇴를 미루는 것은 민주당이 오성운동과의 연정 구성 가능성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의심하며, 전날 사퇴 기자회견은 "가짜"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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