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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러시아 여론공작' 대응 예산 한 푼도 집행안해

입력 : 2018.03.06 02:34|수정 : 2018.03.06 02:34


미국 국무부가 러시아를 비롯한 외부세력의 선거개입이나 사이버 여론공작에 대응하기 위해 의회가 배정한 예산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개입과 대선을 전후로 한 도널드 트럼프 캠프 측과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골자로 하는 '러시아 스캔들'로 미국이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미 국무부의 미온적 대응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NYT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인 2016년 말 미 의회는 여론공작을 노린 러시아나 중국의 사이버전에 대응하기 위한 용도로 국방부가 국무부에 6천만 달러(약 648억 원)의 예산을 이전하도록 결정했다.

국무부가 중심이 돼 국방부와 국토안보부 등 관계부처와의 조율을 통해 러시아나 중국의 사이버 선전전에 대응하라는 취지였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취임 이후 7개월 동안이나 의회가 배정한 예산을 사용할지에 대해 결정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 9월 18일에야 국방부에 의회가 배정한 6천만 달러의 이전을 요청했다.

그러나 2017 회계연도(2016년 10월 1일~2017년 9월 30일) 종료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어서 국방부에서 국무부로의 예산 이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부와 국무부는 2018 회계연도에 얼마를 이전할지를 두고 5개월간 줄다리기를 벌였고, 국무부는 최근에야 국방부가 4천만 달러를 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NYT는 2017~2018년 회계연도에 1억2천만 달러가 배정됐지만, 국무부가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예산 이전이 지연되면서 러시아 등의 여론공작 대응 임무를 수행하는 국무부 '글로벌 인게이지먼트 센터'(Global Engagement Center)에는 23명의 분석 전문가 가운데 러시아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인력은 한 명도 없다.

취임 이후 국무부 구조조정에 나선 틸러슨 장관이 신규인력 채용을 사실상 동결하면서 러시아의 사이버공작에 대응하기 위한 컴퓨터 전문가 채용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NYT는 러시아의 개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동적 대응'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이자, 국무부의 정보공작 대응 능력에 대한 틸러슨 국무장관의 깊은 확신 부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공공외교 차관을 지낸 제임스 K.

그래스만은 "글로벌 인게이지먼트 센터에서 임무를 담당할 수단을 갖추고 있다"면서 "그들(트럼프 행정부)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임무에 관심이 있는 국무장관이나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조직 슬림화와 예산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무부의 지난해 전체 배정 예산집행률은 79%에 그쳤다.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해 국무부 예산집행률 9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며, 최소 15년래 가장 낮은 집행률이라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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