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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인 11.5%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받았다"

김영아 기자

입력 : 2018.02.07 09:53|수정 : 2018.02.07 12:51


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 9명 중 1명꼴로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고, 5명 중 1명은 강제 신체접촉을 당했거나 강요받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실은 오늘(7일)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이 지난해 함께 진행한 '영화인의 성평등 환경조성을 위한 실태조사' 중간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11.5%가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남성 응답자의 2.6%도 같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하거나 이를 강요받았다는 여성 응답자는 19.0%로 5명 중 한명 꼴에 육박했습니다.

또 술자리를 강요하거나 술을 따르도록 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 영화인은 29.7%에 달했습니다.

특정 신체부위를 쳐다보거나 사적 만남을 강요하는 성폭력도 여성은 4명 중 한 명꼴로, 남성도 10명 중 1명 이상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형별로는 외모에 대해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거나 음담패설을 하는 언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자가 여성 35.1%, 남성 20.3%로 가장 많았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술자리나 회식자리가 57.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외부 미팅이나 촬영현장 등 업무와 관련한 장소에서도 성폭력이 빈번히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이 91.7%로 여성이 7.9%인 것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동성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도 여성 5.4%, 남성 14.3%로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대부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56.6%는 '문제라고 느꼈지만 참았다'고 답했고, 39.4%는 '모른 척하면서 살짝 피했다'고 답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해자의 잘못을 지적했다'는 응답자는 15.7%에 그쳤습니다.

이유는 '업계 내 소문·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 이라고 답한 피해자가 31.1%로 가장 많았습니다.

26.6%는 '캐스팅이나 업무에서 배제될까봐' 패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67.9%가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조직문화가 없다'고 답했고, 특히, 92.1%는 '영화계에 해결 절차에 대한 체계적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사는 영화계의 성차별·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이 지난해 배우와 스태프 등 영화인 749명을 상대로 진행했습니다.

영화계는 최근 촬영현장 안팎에서 발생한 성폭력 문제가 잇따라 법정다툼으로 번지면서 대책마련에 고심 중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3월부터 공정환경조성센터(대표전화1855-0511)를 통해 성폭력 피해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영진위와 여성영화인모임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 작업을 거쳐 다음 달 최종 결과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성폭력 피해상담과 법률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서비스하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개소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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