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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EU산하 기구 이전 문제, 법정 싸움으로 번져

입력 : 2018.02.01 03:38|수정 : 2018.02.01 03:38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영국에 있던 EU 산하 기구를 EU 내 다른 회원국으로 옮기는 문제가 법정 싸움으로 비화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31일 "유럽의약품청(EMA)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이전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유럽사법재판소(ECJ)에 공식 소송을 제기했다.

이탈리아는 귀도 라시 EMA 청장이 지난 29일 "EMA 본부의 임시 이전지와 관련한 암스테르담 시의 제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언급한 것을 근거로 EU에 EMA 이전 도시 결정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판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암스테르담 시는 내년 1월부터 이전을 시작하는 EMA에 우선 시내에 임시 사무실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대 3억 유로를 투입해 새로 짓는 EMA 본부는 내년 11월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출신인 라시 EMA 청장은 그러나 네덜란드 측이 제공하는 임시 사무실의 면적이 현재 런던 본부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어 EMA 업무의 연속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상황이다.

이탈리아는 이날 ECJ에 제출한 소장에서 "암스테르담의 EMA 유치를 위한 준비 상황이 유치 제안 당시 했던 이야기와 다르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가 소송을 낸 배경에는 암스테르담으로의 이전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이끌어낼 경우 EMA를 밀라노로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탈리아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통과된 직후부터 북부의 경제 중심 도시 밀라노에 EMA를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였으나, 밀라노는 작년 11월 EMA 새 소재지 결정을 위해 시행된 EU 회원국 27개국의 투표에서 1, 2차 투표에서는 최다 득표를 하고도, 3차 결선투표에서 암스테르담과 비긴 뒤 4차 제비뽑기 끝에 고배를 마셨다.

유럽의 의약품 평가와 승인, 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EMA는 직원이 약 900명에 달하는 데다 연간 3만여 명의 전문가가 방문하는 곳이라 유치에 따른 경제효과가 커 EU 내 총 19개 도시가 유치 신청서를 내고 경합했다.

EU의 결정 번복을 노리는 이탈리아를 EU는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비테니스 앤드리우카이티스 EU 보건·식품안전 담당 집행위원은 "이탈리아의 총선이 임박했다"며 밀라노에 EMA를 유치하려고 시도하는 이탈리아 정부의 움직임을 선거 운동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결론은 명확할 것"이라며 EU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EMA가 당분간 임시 사무실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은 유치전 당시에도 밝혔던 내용이라며 "EMA의 암스테르담 이전을 결정한 절차는 공정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ECJ 제소와 관련, 공영방송 RAI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도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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