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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잇단 참사 '靑 책임론'…그게 다 靑 책임질 일인가?

남승모 기자

입력 : 2018.01.29 19:21|수정 : 2018.01.30 14:13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난 화재로 39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걸로 나타났습니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달 21일의 제천 화재 참사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표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사 다음 날인 27일 현장을 찾아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국민께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당국의 조사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병원 건물의 불법 증축과 비상발전기 미작동 등의 문제가 제기되는 걸로 볼 때 이른바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인재가 맞는다면 누군가의 책임론이 불가피합니다. 세종병원 병원장과 이사장 등 3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청와대는 어떨까요? 세월호 참사 때부터 재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이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현 정부인 만큼 역시 책임론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문 대통령도 29일 잇단 다중이용시설 화재 참사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靑, 모든 재난 막을 방법 있나?

여기서 자문해봅니다. 정말 이런 잇단 참사에 청와대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청와대가 느슨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해 이런 참사가 발생한 걸까요? 청와대가 모든 재난을 막을 방법이 있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왜 청와대는 그런 책임론을 걱정하거나 혹은 무리한 책임론에 시달려야 할까요? 스스로 자초한 면은 없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충북 제천 화재 당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다음 날 곧바로 현장을 찾았습니다. 화재 현장에 이어 병원과 장례식장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었습니다. 대형 사건 사고가 났을 때 대통령이 곧바로 가지 않는 건 이런 점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당시 청와대 참모들도 대부분 문 대통령의 현장 방문을 말린 걸로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된 뒤 찾자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설사 가서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피해자들과 함께 해줘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던 걸로 전해졌습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의 심정을 '울음'이란 말로 대신했습니다.

● '靑이 재난 컨트롤 타워' ≠ '모든 재난은 대통령 책임'…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달 초 인천 낚싯배 사고가 났을 때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은 국가의 책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국가의 책임'이 곧 '대통령의 책임'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재난은 국가 책임'이라는 대통령의 발언과 '재난 컨트롤타워라는 청와대'라는 말이 재난은 청와대의 책임, 즉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데 역할을 한 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공약 등을 통해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실제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강화하고 또 그렇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재난의 컨트롤타워를 맡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다 청와대가 맡아 처리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총리도 있고 행정안전부 장관도 있고 소방청장도 있는 겁니다. 앞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란 이렇게 각 기관들이 결합해 이루어진 시스템으로서의 국가를 말한 걸로 봐야 합니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에 총체적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포괄적 의미이지 현장에서의 대응, 특정 영역에서의 관리부실과 불법행위까지 일일이 다 대통령이 다 챙길 수도, 책임질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시스템으로서의 국가가 챙겨야 할 몫입니다. "이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부, 지자체, 국회, 정치권 모두 공동 책임을 통감하면서 지금부터라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마음을 모아줄 것을 요청한다."고 29일 문 대통령이 말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혼자서 책임질 수도 없는 일에 대해 자꾸 책임을 거론하고 그 컨트롤타워가 어디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무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 '재난 = 대통령 책임'은 정쟁의 산물

또 하나, 지난 세월호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국민의 머리 속에 대형 사고와 재난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은 거의 절대적인 것으로 각인됐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역시 이런 인식을 강화하는데 한 몫 했습니다. 물론 전 정권에서 대통령이 제 역할을 못한 부분은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앞서 문 대통령의 말처럼 국가적 재난에서 정부, 지자체, 국회, 정치권 가운데 자유로운 곳은 없을 겁니다.

여기에는 국가적 재난을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악용해 온 우리 정치권의 오랜 악습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지금의 여야 모두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최근 잇단 참사를 정쟁에 이용하려는 듯한 야당의 행태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현 여권도 그런 행태를 반복해왔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대형 재난을 완전히 피해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어떤 선진국도 100%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대형 사건사고나 재난이 터졌을 때 각급 단위에서 각자 맡은 일을 충실히 처리해 나가는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재난적 상황을 정치적 책임론으로 끌고 가는 구태부터 버려야 합니다. 그만큼 대통령이 마치 모든 걸 다 책임질 것처럼, 혹은 그래야 하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것 또한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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