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울린 정현의 발…22살 청년은 속살 드러나게 뛰었다

정현(58위·한국체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한 장의 발바닥 사진은 다시 한 번 감동을 줬습니다.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26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준결승 2세트 도중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한 정현은 경기 후 치료를 받으면서 오른발바닥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정현은 2세트 도중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러, 왼발바닥에 동여맸던 테이핑을 고쳤습니다.

정현의 오른발은 더 상태가 심각해, 물집이 터져 속살까지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정현은 "오늘 저녁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기를 포기하기 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라며 "많은 팬분 앞에서, 훌륭한 선수 앞에서 100%를 보여주지 못하는 건 선수로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담담하게 적었습니다.

정현은 메이저대회 통산 20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페더러에 대해서도 "며칠 뒤에 있을 결승전에 로저 페더러 선수에게 행운이 있기를!"이라고 남겼습니다.

사실 정현의 발은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와 경기 때부터 엉망이었습니다.

진통제로 겨우 아픔을 다스리고 조코비치와 8강 상대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을 연달아 격파했습니다.

수비력이 뛰어난 정현은 상대와 긴 랠리를 이어가며 범실을 유도해 경기를 풀어가면서,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16강전과 준준결승전은 넘겼지만, 페더러와 '꿈의 대결'을 앞두고는 더는 손 쓸 수 없는 지경이 된 겁니다.

지난 1998년 박세리(41)는 여자골프 US오픈에서 연못에 맨발로 들어가 샷을 날렸고, 이 모습은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의 수렁에서 허덕이던 국민에게 힘을 불어넣었습니다.

20년 뒤 걷기도 힘들 지경인 발바닥으로 세계적인 선수를 연달아 격파하면서 우리에게도 '할 수 있다'는 용기까지 전한 정현의 발이 다시 한번 감동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사진=정현 인스타그램 캡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