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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빙자 18억 가로채 달아난 가족사기단 결국 덜미

유영규 기자

입력 : 2018.01.10 12:38|수정 : 2018.01.10 12:38


결혼을 빌미로 여성들을 등쳐 18억 원을 가로채 달아난 가족사기단 부부가 검찰에 붙잡혔습니다.

수원지검 형사4부(서정식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김 모(50·여)씨와 남편 이 모(47)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2011년 1월 아들 박 모(29)씨를 A(26·여)씨와 교제하도록 한 뒤 같은 해 혼인신고 없이 결혼식만 올리고 같이 살게 했습니다.

김 씨 일가족은 결혼을 준비하던 때부터 A씨 부모에게 거액의 혼수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해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까지 13억 원을 뜯어냈습니다.

이런 수법에 당한 여성들은 A씨를 비롯해 모두 6명입니다.

김 씨 등은 20·30대인 이들을 상대로 지난해 7월까지 17억9천700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대전의 한 폭력조직 조직원인 자신을 의사, 사업가로 꾸미는 등 직업과 나이, 재산을 모두 속였습니다.

김 씨와 이 씨는 계모임 등을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자신들이 화목한 가정인 것처럼 연출해 호감을 산 뒤 여성들이 결혼을 결심하면 그때부터 갖은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김 씨 일가족은 피해 여성에게서 더는 돈을 받아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잠적하고 다음 범행을 준비했습니다.

피해 여성들은 이들을 고소했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생긴 갈등"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박 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혐의 처리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8월 SBS TV의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취재를 시작하자 박씨가 자수하면서 드러났습니다.

박 씨는 1건에 대해서만 자수했지만, 검찰은 추가 수사를 벌여 다른 피해 사례를 확인, 박 씨를 구속기소하고 달아난 김 씨와 이 씨를 지명수배했습니다.

이들에게 10억 원이 넘는 돈을 뜯긴 A씨는 자신이 피해를 본 사실을 모르고 김 씨 등과 함께 달아났다가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지난달 9일 이들에게서 간신히 도망쳤습니다.

김 씨 등은 생활비를 벌어오라며 A씨를 수시로 구타하는 등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그때까지도 자신의 사기 피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던 A씨를 설득해 추적 단서를 확보, 같은 달 19일 강원도 고성에서 김 씨와 이 씨를 검거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스톡홀롬 증후군에 빠져 오랜 시간 자신이 김 씨 일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며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이러한 범행에 대해 구속수사 및 법정 최고형 구형 등으로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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