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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조우진, 우는 얼굴에 전염되는 '가혹한 슬픔'

입력 : 2018.01.02 12:34|수정 : 2018.01.02 12:34


누군가의 우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올 때가 있다. 상대가 되지 않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슬픔과 분노, 아픔 등의 극단의 감정에 동화 상태가 된다면 그 감정을 어렴풋이 나마 느낄 수 있다. 이른바 '감정적 동화'다.

지난해 12월 27일 개봉한 영화 '1987'(감독 장준환)에는 수많은 배우가 출연해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한 명의 주인공이 이끄는 영화가 아닌 10여 명이 넘는 배우들이 바통 터치하듯 극을 이끄는 이 작품에 대해 김윤석은 '쇼트트랙 같은 영화'라고 표현했다.

명연기 릴레이에서 극, 초반 관객의 감정을 흔들어 깨우는 배우가 있다. 바로 조우진이다. 출연 분량으로 치자면 5분 남짓, 신으로 치자면 세 신 정도다. 그는 조카(박종철)의 시신을 확인하러 국과수 부검실을 찾는 삼촌으로 분했다.

조우진은 하얀 면포 아래 싸늘히 식은 조카의 주검을 본 뒤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풍경에 소리 내 울지도 못하고 오열한다. 이 모습을 지켜본 수많은 관객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미지고문 중 사망한 한 대학생의 슬픔은 비단 가족만의 것은 아니다. 1987년이라는 폭압의 시대가 낳은 가혹한 희생은 오늘 날에도 모두의 아픔으로 다가왔다. 

조우진은 오열신 한 장면으로 관객의 감정을 이 사건에 침투하게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작은 움직임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조우진은 "'1987'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어떤 역할이든 작품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정말 뜻깊은 일이고, 배우라면 무조건 해야 하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했다. 책임과 의무감을 가지면서 참여했다”라며 뜻 깊은 마음을 전했다. 

이어지는 장면에선 박종철의 아버지로 분한 배우 김종수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아들의 유해를 하늘에 보내주려 하지만 꽁꽁 언 강가 위를 겉돌 뿐이다. 결국 아버지는 차디간 겨울 강에 들어가 아들을 보낸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의 몸짓일 그의 행동은 관객을 또 한번 울렸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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