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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아이 불장난서 시작한 뉴욕 화재…계단 타고 삽시간에 번져

홍지영 기자

입력 : 2017.12.30 17:29|수정 : 2017.12.30 17:47


모두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뉴욕의 화재 참사는 3살 아이의 불장난에서 시작됐으며, 불꽃을 처음 발견한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탈출하면서 문을 열어둬 불길이 더욱 빠르게 퍼졌다는 것이 소방 당국의 설명입니다.

빌 드빌라지오 뉴욕시장은 29일(현지시간) 지역 라디오 인터뷰에서 "불행하게도 이번 참사는 우연찮은 사고에서 시작됐다"면서 "어린아이가 아파트 1층에서 스토브를 갖고 노는 과정에서 발화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밤 뉴욕 브롱크스의 5층짜리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이 4명을 포함해 12명이 숨졌고 4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뉴욕에서는 1990년 브롱크스의 한 사교클럽에서 불이 나 87명이 숨진 이래 27년 만에 최대 피해입니다.

사고 당시 아파트 1층 부엌에서 스토브가 넘어지면서 3살 아이가 소리를 질렀고, 엄마는 문을 열어놓은 채 아이와 함께 급히 아파트를 빠져나왔다고 뉴욕 소방당국은 설명했습니다.

다니엘 니그로 뉴욕소방서장은 "불길이 순식간에 위층으로 옮겨붙으면서 손을 쓸 겨를도 없이 큰불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뉴욕 브롱크스 아파트 화재 (사진=AP연합뉴스)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1층에서 시작된 불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계단이 굴뚝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필 불이 시작된 집은 계단과 마주하고 있는 데다 문이 열려 있어 더 빨리 번졌고, 위층 주민들이 연기를 피해 창문을 열어젖히면서 산소가 공급돼 불길이 더 거세지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이날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져 올해 가장 추운 밤으로, 강한 바람까지 겹쳐 소화전마저 얼어버렸습니다.

소방관들은 최초 신고 후 불과 3분 만에 현관에 도착했지만 건물 앞 소화전이 얼어 물을 끌어올 수 없었고,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소화전을 끌어왔을 때는 이미 사망자가 나온 후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천장에서 발견되는 그을음이 바닥, 발목 높이의 벽에서 보이는 걸 보면 불이 얼마나 뜨겁고 빨리 번졌는지를 알 수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이 건물엔 도미니카, 트리니다드, 가나, 기니, 자메이카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살고 있었는데,덮쳐오는 불길에 주민들은 창문을 열어 제각각의 언어로 살려달라고 외치는 등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5년 전 가나에서 이민 온 20대 후반의 이매뉴얼 멘샤는 주민 4명을 구해냈지만 "5번째 사람을 구하러 갔을 때 불길이 그를 덮쳤다"고 그의 삼촌은 전했습니다.

육군 주방위군에 들어갔던 멘샤는 마침 신병훈련을 마치고 귀가해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11호에 살았던 멘샤는 15호에서 발견됐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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