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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중환자실 의사의 한숨…"둘이 미숙아 30명 돌봐요"

유영규 기자

입력 : 2017.12.22 08:42|수정 : 2017.12.22 08:42


"신생아중환자실을 지키는 의사는 자기 시간이 없습니다. 병원에 사는 거죠. 아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병원 옆 10분 거리에 사는데도 올해 단 하루도 휴가를 못 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지고 비난이 쏟아지니 정말 너무나 힘듭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소아청소년과) A(40)씨는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A씨와 같은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는 신생아의 입원에서 퇴원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관리를 담당합니다.

A씨가 담당하는 신생아중환자실에는 현재 30명의 미숙아가 입원 중입니다.

이 중환자실에는 A씨를 포함한 3명의 전문의(신생아 세부전공)와 3명의 전공의(레지던트)가 소속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미숙아를 돌보는 건 2명의 전문의가 전담하다시피 합니다.

다른 한 명의 교수는 예순이 넘은 고령에다 대외 업무 등으로 근무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야간 근무도 마찬가지로 둘이서 도맡습니다.

사실상 A씨 혼자서만 15명이 넘는 아이를 온종일 돌봐야 하는 셈입니다.

그는 전국의 신생아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전문의 가운데 이처럼 근무에서 '열외'되는 고령의 전문의가 30% 이상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대한신생아학회가 올해 초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의 1명이 10명 이상을 진료한다는 보고서를 내놨지만, 현실은 이보다 더 열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A씨는 신생아중환자실의 근무여건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2명의 전문의가 30명이나 되는 미숙아를 돌보는데, 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전공의한테만 진료를 맡길 수가 없다"면서 "때문에 밤에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신생아실로 달려가야 하는 24시간 근무체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에게 주어지는 '하루 8시간 이상, 1주에 최소 5일 이상' 근무 조건은 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셈입니다.

그가 병원에서 걸어서 10분 떨어진 거리에 집을 구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A씨는 "하지만 이렇게 쉬지 않고 일해 아이를 살려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별도의 당직비도 없다"면서 "신생아중환자실 진료수가가 인상되고 정부 지원금도 늘었다고 하지만 병원의 이득일 뿐 의사한테 돌아오는 것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와 달리 과거 일본에서 경험한 신생아중환자실은 우리와 사정이 크게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일본은 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 1명이 신생아 4∼5명을 돌보고, A씨가 일하는 정도의 신생아중환자실에는 전문의만 8명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A씨는 "신생아 치료에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인데,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뭔가 희망이 보여야 후배들도 신생아중환자실에 근무하려 할 것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이대목동병원에서 4명이 신생아가 숨진 데 대해 "곪을 대로 곪아 있던 게 터졌다"고 했습니다.

이대목동병원도 사실상 전문의 2명이 중환자실 신생아를 돌보는 상황인데, 이번처럼 네 명의 아이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된 구호조치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게 A씨의 생각입니다.

A씨는 또 이대목동병원의 사망 신생아들이 세균 감염에 따른 패혈증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게 감염"이라며 "의료인일지라도 순간의 실수로 균을 미숙아에게 옮기면 순식간에 여러 명이 사망에 이를 수 있고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숙아 치료의 최우선 전제조건은 미숙아가 면역력이 너무나 취약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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