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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어차피 곧 끝날 관심 아닌가요?"…외상센터의 민낯

하대석 기자

입력 : 2017.12.20 11:39|수정 : 2017.12.21 19:24


“어차피 끝날 관심 아닌가요?”
지난달 22일
귀순 병사 브리핑에 나선 이국종 교수.

그가 대뜸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을 호소했습니다.
“여러분은 그 귀순 병사한테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저희에겐 그런 환자가
150명이 있습니다.”응급환자가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역 외상 센터’.

이 교수를 통해 
열악한 현실이 알려지며 
국민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권역외상센터 지원에 28만 명 청원)국민의 성원에
고무돼 있을 줄만 알았던
이국종 교수.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팀의
 카메라 앞에서 뜻밖의 말을 꺼냅니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면,
(관심이) 곧 끝날 것 같은데요.”“예산이 200억 가까이 늘어도 
여전히 좌절하죠.
저는 지금
2011년을 보는 것 같습니다.”

- 이국종 교수 / 경기 남부 권역외상센터장2011년, 이국종 교수는
6발의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기적적으로 살려내
국민 영웅이 됐습니다.

그때도 똑같은 호소를 했습니다.“사람들이 다쳐서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외상 환자만 치료할
권역외상센터가 필요합니다.”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각 지역에 순차적으로
권역외상센터를 설치했고

2017년 현재 
총 17곳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외상 응급환자들은
아직도 목숨을
운에 맡겨야 하는 실정입니다.
지난해 9월
25개월 된 아기 지훈이(가명)가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길.

대형 견인차가 세 사람을 덮칩니다.
“지훈이가
‘아빠, 다리가 아파’ 그랬어요”

- 故 김지훈(가명) 아버지


지훈이는 대형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사가 없어 치료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급히 전국 13개 병원에 전화했습니다.
이 중 5곳에 외상센터가 있었지만,

“모두 다른 수술 중이라…”

“학회 참석으로 자리를 비워서…”

지훈이를 받아준 곳은 
단 한 곳이었습니다.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했지만…
지훈이는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외상센터 수는 늘었는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전국 17곳 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됐고
예산도 받았지만,
실제로 운영되는 곳은
9곳에 불과합니다.
그 9곳 중에서도
규정대로 전담의
20명을 채운 센터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외상센터에서 일하면서
 세 번의 유산을 겪었어요.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물을 못 먹는 게 정말 맞는 말이에요.”

  - 이경희  씨 / 경기 남부 권역외상센터 퇴직 간호사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하지만
병원 측에선 자체 부담이 커
‘권역외상센터’를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거예요.

환자를 받을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라는 거죠.”

  - 응급센터 관계자
 전 아직도 기억나요.
 2011년에 우리 병원엔 오지도 않은
 헬기 사진 찍어 올리고
 ‘이국종 교수 꿈 이뤄졌다’(신문 헤드라인) ”

더는 문제가 없을 거라던 
6년 전과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이번에도 거의 똑같은
 데자뷔 같아요.”

- 이국종 교수 / 경기 남부 권역외상센터장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 2011년과 다른게 없다."  2011년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고 영웅이 됐던 이국종 교수는 2011년과 상황이 놀랍도록 똑같다고 말합니다. 여론을 의식한 형식적인 대안으로는 외상센터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외상센터의 민낯을 조명합니다.

기획 하대석, 권재경, 권예진 인턴 / 그래픽 김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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