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눈빛과 귀를 사로잡는 중저음 목소리… 배우라는 직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도환은 단숨에 안방극장을 홀리며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지난 9월 드라마 '구해줘'(극본 정이도, 연출 김성수)를 마치고 곧장 '매드독'(극본 김수진, 연출 황의경)에 출연해 지난달 30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렇게 쉼 없이 달린 결과 시청자들의 뇌리에 '우도환'이라는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드라마 끝나고 한 5일 정도 쉰 것 같은데 '매드독'을 보내기 아쉬운 것 같다. '구해줘' 동철이를 보낼 때는 시간조차 없었다. '매드독' 민준이가 끼어들어서 밀어내기 같은 느낌이었다. 민준은 아직 보내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 놓치고 있던 것들을 질문으로 받고 대답하며 떠올리니 좋다"
우도환은 2011년 '왔어 왔어 제대로 왔어'로 데뷔해 영화 '마스터'(2016)와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2016)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고, 올해 '구해줘', '매드독'으로 원톱배우로 올랐다.
"주연 배우라고 해서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구해줘'와 '매드독' 둘 다 책임감이 따랐다. 그래도 부감감은 없었다. '구해줘' 끝나고 '매드독'을 준비할 시간이 일주일 정도 밖에 없었다. 누가 될까 걱정을 많이 했다. 유지태 선배님은 오래 전부터 준비했고, 다른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작품인데 내가 늦게 합류해서 누가 되지 않을까 했다. 그 걱정이 컸다"
우도환이 연기한 '구해줘'의 석동철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인물. 반면에 '매드독'의 김민준은 우아한 카리스마를 가진 거리의 사기꾼. 독일 입양아로 자란 뇌섹남인 만큼 모든 일에 자신만만하고, 누구보다 영리하고 누구보다 감각적이다.
"초반에는 아무도 어떤 아이인지 모르는 것처럼 시작했다. 대본 충실히 하면서 잡아가자 했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선배님과 조언을 하면서 작업을 했다. 잠입도 하고, 말로 써 상대방을 제압하려 하는 부분을 목소리에 주안점을 두고 했다. 동철이는 중저음 내 목소리라면 민준이는 어쩔 때는 톤을 올리고, 발음도 이상하게 하고… 혼자만의 재미를 느꼈다. 동철이는 투박해서 우아한 느낌이 나지 않았지만 민준이는 커피를 마시고 코트를 입을 때 어떤 느낌으로 서있어야 할까도 고민했었다"
김민준을 준비할 시간도 짧은 와중에 김민준이 독일 입양아라는 설정 때문에 독일어까지 해내야 했다.
"제작사에서 독일어 선생님 한 분 소개해줘서 음성 파일로 주고받으면서 연습했다. 사투리도 그렇고 언어라는 것이 정말 쓰는 사람처럼 느낌을 내고 싶었다. 서울말도 발음 좋고 나쁘고가 있으니까 독일어도 발음을 잘하는 것 보다 독일어를 하는 애구나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김민준은 능글미가 가득하고 츤데레 매력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최강우(유지태 분)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며 장하리(류화영 분)에게는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보였다.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모습에 실제 성격도 비슷하리라 예상했었다.
"실제 나는 민준이 만큼은 아니지만 능글맞음은 조금 있는 것 같다. 츤데레는 없다. 좋으면 좋다가 확실해서 내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사랑 앞에 직진남 인가?) 맞다. 그런 편이다.(웃음)"
우도환은 '매드독'이 방영되는 동안 비슷한 시기에 전파를 탄 '사랑의 온도' 양세종과 함께 '괴물신인'으로 각광을 받았다. 두 사람은 1992년생 동갑내기 배우로 짧은 시간 내에 주연 배우 자리를 차지하는 등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괴물신인이라니… 정말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는 수식어인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인데 내 얼굴이 빨개지게 하는 수식어다. 그렇게 봐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책임감이 생겼다. 그래서 앞으로 행동이나 다음 작품이나 하나하나 책임감 있게 해야 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나를 봐주고 있구나라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배우의 이름 앞에 수식어가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멋쩍어하며 기자 얼굴만 쳐다보다가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동철이와 민준의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동철이는 깡다구적인 행동이 앞서는 남자다. 물불 가리지 않고 심한 남성성을 가진 캐릭터다. 민준이는 다양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친구였다. 어떠한 얼굴도 될 수 있고, 본심이 궁금해지는 인물이다. 애기 같을 때도 있고 슬픔에 젓을 때도 있고, 능글맞을 때도 있고 감정선들이 극을 달렸다. 동철은 생각하지 않고 행동을 하고 민준은 1초 생각 끝에 행동을 한다. 그 친구들 매력 덕분인 것 같다"
2011년에 데뷔했지만 '구해줘', '매드독' 두 작품 만에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했다. 기쁜 마음이 있는 반면에 두려운 마음도 있는, 복잡 미묘한 마음을 것 같았다.
"2011년 데뷔해서 길게 보는 배우가 되자 였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다 말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나한테는 매 순간이 그런 시기였다. 매순간 중요한 순간이었고, 허투로 보내지 않다. 그런 날들에 비해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책임감이 생겼다는 것. 그게 확 와 닿았다. 매 순간이 중요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우도환은 훈훈한 외모에 연기력까지 겸비한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알렸다. 그 덕에 김수현, 박서준을 잇는 키이스트의 재목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 아니다. 두 분은 정말 동경의 대상이었고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그 분들과 같은 회사인걸만으로도 감사하다. 좋아하는 선배 두 분과 함께 소속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그런 느낌만 가지고 있다"
이렇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연극배우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컸단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가 되고 싶을 만큼 가장 가까운 곳에 동경의 대상이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 연극을 했었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권유를 해줘서 배우라는 직업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알았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배우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어린 시절에는 연예인 되고 싶다는 배짱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고2 때 쯤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확실한 진로 선택해야 할 때가 와서 부모님에게 말했다. 좋아해줬다. 아버지가 '정말 너만 재미있을 수도 있다. 주위 사람들은 불행해 질 수도 있다. 외로움과 고독과 친해져야 하는데 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할 수 있다 했다. 그 말들을 듣고 살아서 외롭고 고독하고 힘들어도 원래 이런 거구나 버틸 수 있었던 힘이 됐다. 외로움 고독과 일부러 친해진 것도 있다. 일부러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았고 친구들과 놀거나 술 마시는 것도 금했다. 일부러 그래야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나만의 방식이었다. 맞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도환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아버지를 향한 존경심이 대단해 보였다. 아버지를 롤모델로 뽑을 만큼 그에게 있어 아버지라는 존재는 인생의 지향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배우로서 롤모델 정말 많다. 작품을 하며 선배님들의 대단함을 느꼈고 한 분 한 분 다 배우고 싶었다. '마스터' 경우 이병헌 선배님을 비롯해 선배님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공부가 됐다. 그분들 한 분 한 분 롤모델 인 것 같다. 인생의 롤모델은 아버지다. 아버지 같은 남자가, 아버지 같은 남편이, 아버지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내가 커갈 수록 아버지와 오버랩이 되는 것 같다"
끝으로 우도환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고 물었다. 약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진중한 성격을 드러냈던 터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빠른 대답이 나왔다.
"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배우는 좋아서 하는 일이지 않냐. 그런데 그 일이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연기를 하면서 느끼게 된 것이다.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배우로 과정이 있어서 같이 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하루 살면서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옆에 있으면 행복을 주는 사람, 그런 기운을 갖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신인 배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우도환이 앞으로 어떤 연기로 대중들을 사로잡으며 활약을 펼칠 지 벌써부터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SBS funE 손재은 기자/사진=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