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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문·족적·유전자'…범죄 흔적있는 한 끝까지 추적한다

입력 : 2017.12.04 09:25|수정 : 2017.12.04 09:25


"쪽지문(조각지문)·족적(발자국)·유전자(DNA). 비록 미세하지만, 증거가 남아 있는 한 범인은 끝까지 추적한다." 14년 전인 2003년 11월 16일 오후 4시.

강원 원주시 학성동의 한 건물 2층 다방 안에서 여주인 이모(당시 56세)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른바 '맥심 다방 여주인 피살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다방 테이블 위 물컵에 남은 '측면 쪽지문'이었다.

문제는 지문을 이루는 곡선인 '융선' 등이 뚜렷하지 않아 사건 직후에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도내 대표적 강력 미제 사건인 이 사건은 지난 9월 경찰이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으로 당시의 쪽지문을 재검색하면서 14년 만에 쪽지문의 주인을 찾아냈다.

하지만 탐문 수사 끝에 찾아낸 유력 용의자 최모(당시 40세)씨는 범행 다음 날 충북 청주의 한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피의자의 사망으로 이 사건의 공소권은 없어졌다.

그러나 현장에 남은 유일한 단서인 쪽지문을 끝까지 추적해 14년 만에 피의자를 특정하고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앞서 경찰은 2005년 5월 13일 강릉에서 발생한 70대 노파 피살사건의 범인 정모(49·당시 37세)씨를 12년 만에 검거했다.

정씨 검거에 결정적 단서가 된 증거도 '1㎝가량의 쪽지문'이었다.

당시 금품을 훔치려고 노파의 집에 침입한 정씨는 노파가 저항하자 제압한 뒤 포장용 테이프로 얼굴 등을 감쌌다.

이때 테이프에 흐릿하게 남은 길이 1㎝가량의 쪽지문은 범행 시점보다 진화한 지문자동검색시스템 덕에 12년 만에 범인이 정씨라는 것을 확인해 줬다.

2007년 10월 23일 화천 70대 노파 피살사건은 타액(침)에서 검출한 DNA 2점을 분석한 끝에 5년 만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의 범인 조모(69)씨는 살해된 노파의 아들이 지휘관으로 있던 군부대의 부사관이었다.

조씨는 군 복부 당시 문책성 인사에 대한 앙심을 품고 당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씨는 협박성 편지 발송과정에서 타액(침)을 사용해 우표를 붙였는데, 경찰은 타액에서 추출한 DNA와 조씨의 DNA가 일치하고, 편지지에 일부 남은 지문을 분석한 끝에 조씨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었다.

4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장기미제로 살인사건은 모두 16건이다.

이 중 3건이 쪽지문과 DNA 분석으로 범인을 검거했다.

나머지 장기미제 살인사건은 13건이다.

대부분 2001∼2007년 사이에 발생했다.

2003∼2005년 3년간 각 3건이 발생했다.

이어 2002년 2건, 2006년과 2007년 1건 등이다.

지역별로는 인제 3건, 춘천 2건, 강릉·원주·태백·평창·영월·삼척·양구·동해 등이다.

젊은 여성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주로 장기 미제로 남았다.

무엇보다 DNA 등을 활용한 과학수사가 체계화되지 않았던 시기 초동 수사에 실패하면서 장기미제로 남았다.

하지만 과학수사와 분석 기법이 날로 발전하면서 미세증거라도 남아 있으면 언제든 범인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살인죄 공소시효도 2015년 7월 31일 '태완이법' 시행으로 없어져 범인을 잡으면 언제든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

2002년 2월 춘천 Y 모텔 주차장 택시기사 피살사건과 2005년 양구 전당포 70대 노부부 피살사건은 범인의 '족적'이 증거로 남아 있다.

2004년 삼척 근덕면 70대 노파 피살사건은 '부러진 칼' 등의 증거가 범인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2006년 동해 학습지 여교사 피살사건 등 나머지 2∼3건의 미제 사건도 DNA 등 미세증거가 남아 있어 범인의 그림자라도 쫓을 수 있다.

다만 부실한 초동 수사로 미세 증거물조차 확보하지 않은 사건도 적지 않아 아쉬움도 남는다.

경찰 관계자는 "중요 미제 사건은 매년 현장 지문 재검색을 통해 사건 해결에 필요한 단서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DNA나 프로파일링 등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동원해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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