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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인출책 엄벌하면서 누군 무죄 왜?

홍지영 기자

입력 : 2017.11.26 09:50|수정 : 2017.11.26 09:50


보이스피싱 범죄인지 사전에 알고 가담했는지 여부에 따라 보이스피싱 인출책에게 실형이 아닌 무죄 선고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충북 진천에 사는 주부 A(32)씨는 아르바이트 일을 구하고자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글을 올렸습니다.

얼마 뒤 한 무역회사 실장이라는 사람한테서 연락이 와, 세금이 과하게 잡히는 것을 피하고자 개인 은행업무를 보는 것처럼 가장한 수금사원을 구한다고 제안했습니다.

A씨는 탈법행위에 가담하는 게 꺼림칙했지만, 송금액의 1%를 수수료로 준다는 말에 혹해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16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회사 관계자로부터 받은 4천700만원의 돈을 지정된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이게 문제가 돼 경찰 조사를 받게 된 A씨는 그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으로 일했음을 알게 됐고,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A씨에게 죄를 묻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는 "자신이 탈세를 목적으로 한 수금사원으로 근무한 것이라 믿고 있었던 피고인으로서는 다른 공범들과 보이스피싱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귀금속 수입 판매업체에서 수금 아르바이트를 하는 줄 알았다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B(36)씨도 비슷한 경우.

B씨는 지난 3월 9일 수금 업무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은행 근처에서 잠복해있던 경찰에 붙잡혀,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철창신세까지 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4개월여 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원심을 파기한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유사한 방법으로 속아서 돈을 송금하게 되는 점에 비춰보면 피고인 역시 조직원에게 속아서 이용당한 또 다른 피해자일 개연성이 높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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