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생활·문화

같은 공간 다른 의견…'조금 떨어져 서면 안 되나요?'

최재영 기자

입력 : 2017.11.17 19:00|수정 : 2017.11.23 07:55


조금 떨어져 서면
안 되나요?
ATM에서 돈을 뽑는데
뒷사람이 너무 붙어선 거예요.

카드 비밀번호가 보일 정도였죠.
뒤에 선 분이 제 비밀번호를
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도 뒤에 자리가 충분했는데
최소한의 거리는
유지해줬으면 좋겠어요.지하철, 에스컬레이터와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그래요.
지나치게 밀착한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요.그런데 예민한 사람으로 보이거나
싸움이 날 까봐
솔직하게 ‘불편하다’ 이야기도
못하겠습니다.

-직장인 이모(27) 씨이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그만이 아닙니다.

“특히 공항에서 줄 설 때
뒷사람이 바짝 밀착해 서면
정말 불편해요.”
왜 빨리 안 가냐며
툭툭 치거나 밀고
험담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불쾌하게 여행을 떠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대학생 임준태(23) 씨최근 인터넷에선
‘공공장소에서 타인과의 거리’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습니다.“사람이 많은 곳에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실수로 부딪히기도 하고,
발을 밟을 수도 있는 건데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요?

몸이 살짝 닿는 것조차 불쾌하다면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살기는 어렵죠.”

-오승은(20) 씨
비슷한 상황에도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건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적당한 거리’의 기준이
다릅니다.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정진웅 교수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적당하게 느끼는 거리는 1.2~3.6m입니다.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거리가
1.2m 미만이 되면
보통 불편함을 느끼죠.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문화에 따라 
적당한 거리 수준이 다릅니다.
  
한국 문화 속에서도
세대, 성별, 경험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중첩적으로 작동합니다.어릴 때 만원 버스 타고 다니며
옆 사람과 닿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던 노년층의 공간감은

보통 개인주의적인 젊은 층 공간감과
다를 수 있습니다.동성보다는 이성에 부담을 느낍니다.

모르는 동성과의 거리보다
모르는 이성과의 거리가 멉니다.
해외 경험도 영향을 미칩니다.

서양 등 한국과 다른 공간감 속에서
시간을 보내 거리 감각이 넓어졌다면

갑자기 좁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불편하지 않았던 것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워낙 
빨리 변하니
세대 차가 큽니다.우리 사회가 개인주의화 돼 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 적당한 거리는
지금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 최재영, 권수연  그래픽 김태화
최근 인터넷에서 '공공장소에서 타인과의 거리'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습니다. 타인이 너무 가까이 붙으면 불편하다는 사람,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사람 등 다양한 의견이 부딪쳤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 SBS뉴스 오디오 콘텐츠 'VOICE'로 들어보세요!



기획 최재영, 권수연 / 그래픽 김태화
 

(SBS 스브스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