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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사우디 왕자 체포, 미 주요기업 투자에 영향

입력 : 2017.11.06 04:55|수정 : 2017.11.06 04:55


사우디아라비아 왕족 숙청 과정에서 억만장자 왕자인 알왈리드 빈탈랄(62) 킹덤홀딩스 회장이 체포됨으로써 미국 주요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실세 왕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32) 제1 왕위계승자 겸 국방장관은 최근 반(反)부패위원회를 앞세워 왕자 11명, 현직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왕족 중에는 순자산 180억 달러(20조 원)의 억만장자이자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인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도 포함됐다.

빈탈랄 왕자는 살만 국왕의 사촌이다.

일찌감치 사업에 눈을 떠 킹덤홀딩스를 세운 그는 세계 부호 순위에서 늘 아랍권 선두를 다툰다.

할리우드 콘텐츠 메이저 21세기폭스,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에서 2대 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체포가 이들 기업 외에도 트위터, 리프트, 씨티그룹, 포시즌호텔 그룹, 아코르 호텔 등의 향후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빈탈랄은 머독이나 빌 게이츠, 마이클 블룸버그 같은 거물들과 사업 논의를 해온 인사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과 사우디 리야드에서 만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우디 은행인 방크 사우디 프란시의 지분 16%를 인수하는 데 골드만삭스가 참여했다.

아코르 호텔 지분 5.8%를 보유한 빈탈랄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을 이 호텔그룹 이사회에 영입할 정도로 막후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빈탈랄은 오마 샤리프 스타일의 콧수염에다 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다니며 언론 매체에 노출되기를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소개했다.

그는 트위터에다 "이제 여성이 운전해야 할 때가 왔다"는 글을 올리는 등 사우디 정부에 개혁·개방을 촉구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다 미운털이 박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설전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를 겨냥해 "미국은 물론 공화당의 수치"라고 표현했다가, 최근에는 입장을 확 바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경제를 되살리고 있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특유의 '럭비공 행보'로 서방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빈탈랄은 최근 이집트를 여행하던 도중 영감이 꽂힌 듯 이집트 관광산업에 8억 달러(약 9천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빈탈랄은 애플, 스냅챗 등 실리콘 밸리 거대 IT(정보기술) 기업은 물론 중국계 온라인 리테일러인 JD닷컴 등 전자상거래 기업에도 최근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로서는 빈탈랄 왕자의 손발이 묶여버릴 경우 중요한 투자자 한 명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미 언론은 관측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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