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일본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방문 일정 중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아베 총리와 골프 라운딩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정에 포함됐던 2회 식사를 포함해 방문 기간 총 4회에 걸쳐 함께 식사하고 북한 납치 피해자 가족 면담도 같이하며 굳건한 양국간 동맹을 과시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도쿄도(東京都) 요코타(橫田) 미군기지를 통해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일본에 도착했다.
비행장에는 주일 미군들 수백 명이 모여 방일을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지 내 격납고에서 미군 대상으로 연설하며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어떤 국가, 어떤 독재자, 어떤 체제도 미국의 결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십수 년에 걸쳐 훌륭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표현하며 우호를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역사적인 방문을 환영한다. 두 정상의 신뢰관계 위에 미일 동맹의 끈을 더욱 더 강고하게 하고 싶다"고 말한 뒤 사이타마(埼玉)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C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골프 라운딩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이틀째인 6일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과 면담한 뒤 아베 총리와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의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이 자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어느 정도 수위의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두 정상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며 미일 양국의 연대를 강하게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대한 착실한 이행을 국제 사회에 강조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압박에 동참할 것을 촉구할 전망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회담에서 북한이 도발을 계속할 경우 군사적인 압박강화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언론들은 두 정상이 아베 정권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내세운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전략'을 공동 외교전략으로 표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방위력 증강에 대해 지지를 표명할 우려도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2월 방문 때 일본의 방위비 확대에 대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하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 분야에서는 민감한 문제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미국측이 주장하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일본이 미국이 빠진 뒤 남은 11개 국가와 함께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후 두 정상은 1977년 북한에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橫田 めぐみ)의 부모와 만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기조연설에서 요코타 메구미를 염두에 두고 "북한이 일본 해변에서 13세 소녀를 납치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어 저녁에는 아베 총리 주재의 정상 만찬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녀 아라벨라가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개그맨 겸 DJ 피코 타로와 만남의 시간도 갖는다.
피코 타로는 노래 동영상 '펜 파인애플 애플 펜'(PPAP)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마지막 날인 7일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시찰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일정상 문제로 시찰을 하지 않은 채 이날 오전 한국으로 향할 계획이다.
방일 기간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 특유의 손님 접대문화(오모테나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미·일 정상은 이날 골프장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버거로 점심식사를 했으며 '도널드&신조: 동맹을 더욱 위대하게'(Donald and Shinzo: Make Alliance Even Greater)라고 적힌 흰색 골프 모자에 함께 서명도 했다.
두 정상은 골프회동을 하며 대북대응과 무역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NHK가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저녁에는 도쿄의 철판구이 전문점에서 트럼프가 좋아하는 와규 스테이크로 소수만 함께하는 비공식 만찬을 했다.
만찬에서 두 정상은 약 30분간 통역만 배석한 가운데 북한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6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워킹런치(일하면서 먹는 점심)를 대접한 뒤 공식 만찬을 연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기간 테러 등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 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경비에 투입된 인력만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방일 때보다 5천명이나 많은 2만1천 명이다.
한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별도의 항공편으로 일본에 도착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고 대북대응과 관련, 긴밀한 협력을 재확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