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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 정치권 반대 속 중앙은행장 연임 결정

입력 : 2017.10.28 03:20|수정 : 2017.10.28 03:20


이탈리아 정부가 마테오 렌치 전 총리 등 상당수 정치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장에 현 총재인 아냐치오 비스코를 연임시키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 내각은 27일 각료 회의를 열고 비스코 총재에게 임기 6년의 '뱅크 오브 이탈리아'(BOI)의 수장직을 한 번 더 맡기는 방안을 승인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총재는 앞서 26일 BOI에 비스코 총재를 차기 총재로 추천하는 서한을 보냈고, BOI 이사회는 이에 젠틸로니 총리의 추천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각료 회의에 앞서 정부 측에 전달했다.

최종 임명권을 갖고 있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비스코 총재의 연임을 곧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렌치 전 총리를 필두로 한 집권 민주당과 오성운동 등 대부분 야당은 비스코 총재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된 이탈리아의 금융 부문 위기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며 그의 연임에 반대해왔으나, 정부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비스코를 재신임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비스코 총재는 ECB로 자리를 옮긴 드라기 총재의 뒤를 이어 2011년부터 BOI의 수장을 맡아왔다.

이탈리아 은행 부문은 그의 재임 시 이탈리아에서 규모 3위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은행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를 비롯해 무려 10개의 크고 작은 은행이 도산하거나 파산 직전까지 가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융 시장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파산한 은행 중 한 곳인 방카 에트루리아의 예금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은행들의 도산으로 소액 예금주 수 천 명이 큰 손실을 본 것도 집권 민주당에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겼다.

그러나, 비스코 총재는 은행권의 부실은 감독 소홀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오랜 경기 침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자신에게 쏠린 비난이 부당하다고 맞서왔다.

한편, 렌치 전 총리는 비스코 총재의 연임이 확정된 후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앞으로 6년은 지난 6년보다 훨씬 나아지길 바란다. 더 이상 나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비스코 총재의 연임을 강행한 젠틸로니 총리와의 관계 악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이번 결정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총리와 그의 국정 운영을 존중한다"며 "우리 앞엔 함께 싸워야 할 무수히 많은 전투들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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