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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앞둔 미군 탈영병 "미군은 인민재판…탈레반이 낫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17.10.23 08:23|수정 : 2017.10.23 08:23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포로로 붙잡혔다 풀려난 미군 탈영병이 미 군사법원을 거세게 비난하면서 차라리 탈레반이 낫겠다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영했다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붙잡혀 5년간 갇혀있다 풀려난 보 버그달(31) 병장은 22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미군보다는 솔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탈레반 포로 출신인 영국 TV 저널리스트 션 랭건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자기들이 내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최소한 말이라도 해준다"면서 "미군은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내 생명을 앗아갈 서류를 들고가는지조차 모르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버그달은 "차라리 캥거루 재판(인민 재판)이나 린치를 가하는 무리에게 가는 편이 더 나을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주 탈영과 적 앞에서의 전시 비위행위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버그달은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프리 R.낸스 판사(대령)가 버그달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그에게는 최고 종신형이 가능합니다.

앞서 미 언론에서는 그를 처벌하는 게 과연 온당하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 있던 버그달 병장은 2009년 6월 29일 한밤중에 탈영을 시도했습니다.

군 검찰이 파악한 탈영 동기는 자신의 상관들을 일부러 위험에 빠트리려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버그달은 몇 시간 못 가 탈레반 무장대원들에게 붙잡혀 포로가 됐습니다.

파키스탄의 하카니 조직으로 넘겨졌고 모진 고문을 받았고 5년간 수감됐습니다.

이후 아프간의 미 주둔군 요원 수천 명이 버그달의 석방을 위해 여러 작전에 투입됐습니다.

그러나 그를 구출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미군 특수부대가 버그달을 데려온 건 2014년이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그 무렵 탈레반 포로 5명을 카타르에서 석방해주고 미군이 버그달의 신병을 인도받았습니다.

그는 이후 군 검찰에서 탈영 동기와 탈레반 포로 시절의 행적에 대해 조사받았고, 군사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당시 버그달을 '미군의 배신자'로 낙인찍은 뒤 탈영으로 동료들을 위기에 빠트린 그를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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