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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각국 정상 앞에 두고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 재천명

유영규 기자

입력 : 2017.09.20 13:33|수정 : 2017.09.20 13:33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데뷔 연설은 북한 정권에 대한 유례 없는 비판적 수사 외에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 내용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유엔 연설에서 회원국 정상들을 앞에 둔 채 "당신들이 항상 당신네 국가들을 가장 우선시하는 것처럼 나도 항상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했습니다.

또 미국이 더는 편파적인 동맹이나 협약을 맺지 않고, 유엔 같은 기구에서 불공평한 재정적 부담도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엔 예산의 22%를 부담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내가 집권하는 한 다른 그 무엇보다 미국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는 이런 노골적인 문장이 아니더라도 연설문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는 40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자주적인'(sovereign) 또는 '주권'(sovereignty)이라는 단어를 총 21차례 사용했으며 '주권을 가진 강력하고 독립적인 국가가 연합을 이뤄 자국은 물론 세계 평화와 번영, 보안을 촉진'하는 것이 '우리의 성공'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또 강력한 주권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경제적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엔처럼 더 줄일 수 없는 국제기구를 구성하고 공동의 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해 힘을 모으는 근간도 강력한 주권 국가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역대 미국 대통령의 연설과 비교할 때 그 차이가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첫 유엔 연설에서 세계 기구를 위한 미국의 헌신을 약속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는 '주권'이라는 단어도 단 한 차례만 등장합니다.

NYT는 '주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정의는 미국 같은 초강대국이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제기구를 활용할 때라기보다는 이웃 강대국의 침범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소국에 더 어울린다고 꼬집었습니다.

주권의 개념을 처음 부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는 고대 로마 시대에서도 등장하며 베스트팔렌 조약은 주권 평등과 주권 불간섭을 원칙으로 합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성 없이 이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외교 정책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독재든 민주주의든 상관없이 우리를 좋아하는 국가의 주권은 존중하고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국가의 주권은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이라고 여기는 국가나 미국의 전략적 위협이 되지 못하는 미얀마의 인권 탄압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다른 강대국에 대해선 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모순을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전 국무부 차관보는 "베네수엘라, 쿠바, 이란에 대한 구체적 발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권 개념에는 인권 침해나 비판으로부터 면제는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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