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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가격 하락 폭 둔화…판교·평촌 등은 강세

진송민 기자

입력 : 2017.08.27 10:27|수정 : 2017.08.27 10:27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3주가 지나면서 서울과 신도시 아파트 시장이 지역별, 단지별로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여전히 거래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일부 지구계획 수립 등 재료가 있는 단지는 가격 급락세가 진정되며 급매물이 조금씩 팔리는 분위기입니다.

신도시 역시 입주가 많은 화성 동탄, 광교 등은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판교, 분당 같은 투기과열지구 등의 이중 규제에서 제외된 기존 신도시는 대책 발표 이후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오른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가계부채 대책 등 추가 대책을 앞두고 있어서 시장 움직임에 변동성이 크다"며 "10월 추석 연휴 이후에야 시장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8.2 부동산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고점 대비 수천만 원에서 1억∼2억 원씩 떨어진 급매물이 팔린 이후 일단 추가 하락세는 진정되는 모양새입니다.

오늘(2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8.2 대책의 충격으로 지난 11일 조사 기준 0.25% 하락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18일 조사에서 -0.16%, 25일 조사에선 -0.03%로 낙폭이 차츰 둔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사정 급한 '초급매물'이 팔린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는 셈입니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고점 대비 3천만∼1억 원 가량 빠진 상태에서 추가 하락세는 멈췄습니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조합원 지위 양도와 관련한 예외조항을 소급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앞으로 착공 전까지는 거래가 가능해지다 보니 매도·매수자들 모두 급할 게 없어진 상황"이라며 "그러나 매수자들이 가격이 더 떨어지면 사겠다고 관망하면서 거래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어떤 가격에도 당장은 사려는 매수자들이 없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가격을 더 낮추진 않고 지켜보는 것 같다"며 "다음 달 가계부채 대책 등 추가 규제도 예정돼 있어 폭풍전야처럼 조용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구계획 심의 재료가 있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급급매'가 팔린 이후 거래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이 아파트 1112㎡의 경우 8·2 대책 직후 고점(15억 7천만 원) 대비 1억 6천만 원 떨어진 14억 1천만 원에 거래가 성사된 뒤 최근에는 14억 7천만 원으로 거래가가 올랐습니다.

119㎡도 고점(17억 2천만 원) 대비 1억 7천만 원 빠진 15억 5천만 원짜리 초급매가 팔린 이후 현재 거래 시세가 16억 5천만 원으로 오른 상태입니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세가 활발하진 않지만 대책 발표 이후 10여 건이 거래되면서 '급급매'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지구계획 통과 여부에 따라 가격이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파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나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일대의 중개업소들은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2003년 12월 31일 이전에 취득해 매매가 가능한 경우에도 거의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이후 고점 대비 5천만∼6천만 원 싸게 팔아달라는 매물이 나오지만 가격이 별 의미가 없다"며 "매수 문의가 하루 한 통도 올까 말까 하고 대기 손님도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강북권 일반 아파트들은 지역에 따라서 상당한 온도차가 감지됩니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중복 지정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노원구 일대 아파트는 매수세가 급감하면서 거래 시장에 찬바람이 냉랭합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114 시세 기준으로 지난주 노원구 아파트값은 0.11% 하락하며 서울 25개 구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습니다.

반면 대책 발표 전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던 강북권의 도봉(0.15%)·동대문(0.15%)·구로(0.13%)·성북구(0.13%) 등은 지난주 실수요자들이 찾아오면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노원구와 함께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중복 지정이라는 철퇴를 맞은 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명 '마용성' 트리오의 경우 예상과 달리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용산구 한강로2가의 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들은 용산공원 등의 개발 호재로 가격을 낮추지 않고 있고 매물도 별로 없다"며 "다만 매수자들도 앞으로 나올 가계부채 대책 등 추가 대책 발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거래는 잘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서 벗어난 서울 인근의 신도시들은 일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차츰 호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주 판교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0.37%로 1, 2기 신도시를 통틀어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판교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171㎡는 최근 대책 발표 전보다 5천만 원 가량 오른 16억 7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128㎡도 8.2 대책 전 12억 8천만∼13억 원 하던 것이 최근 13억 5천만 원에 매매됐습니다.

성남 판교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이후 지켜보던 수요자들이 가격이 안 떨어지니까 비싼 값에서도 매수를 한다"며 "전체가 중대형이기도 해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사놓고 나중에 안 팔리면 전세를 놓고 기다리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평촌 일대도 대책 발표 전부터 매물이 없을 정도로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향촌마을 롯데 아파트 110㎡는 6억 원이 넘는데, 매물이 나오면 바로 거래가 이뤄지는 분위기입니다.

분당의 아파트들은 호가가 대책 이전 수준을 유지하거나 일부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수세가 위축돼 거래가 뜸합니다.

서현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풍선효과라고 보기엔 매수 문의가 별로 없고 거래도 잘 안 된다"며 "매수·매도자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비해 입주 물량이 몰리고 있는 화성 동탄2신도시 등은 대출 규제가 없어도 약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부동산114 조사에서 화성 동탄(-0.01%)과 광교(-0.5%)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초순 가계부채 대책과 다음 달 말 주거복지로드맵 등 정부의 추가 대책이 발표돼야 본격적으로 시장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기 전에 팔려는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추석 이후 본격화될 공산이 큽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9월이 이사철이지만 가계부채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어 매도, 매수자들이 쉽게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10월 초 긴 추석 연휴도 예정돼 있는 만큼 대책 발표를 지켜본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추석 이후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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