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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맞고 있는데'…시민들 방관에 핸드백까지 훔쳐가

유영규 기자

입력 : 2017.08.16 10:20|수정 : 2017.08.16 10:31


도심 데이트폭력 방관자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가해자는 경찰을 따돌리며 사라졌고, 방치된 피해자 가방은 현장을 지나던 운전자가 훔쳐 달아났습니다.

지난달 24일 식당가와 아파트촌이 뒤섞인 광주 서구 치평동 거리에서 비정한 세태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주 모(59)씨의 폭행은 오후 10시 20분 김 모(59·여)씨 원룸 안에서 시작돼 도로변으로 장소를 옮겨 30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이들은 사건 당일까지 세 차례 만났던 사이로 전해졌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 씨는 집 밖으로 뛰쳐나와 왕복 4차로 도로를 왕복하며 달아났고, 주 씨는 집요하게 뒤쫓으며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습니다.

주 씨는 김 씨가 더는 달아나지 못하도록 발목을 짓밟아 뼈까지 부러뜨렸습니다.

당시 주변에는 거리를 지나던 행인과 차를 몰고 귀가하는 시민이 여럿 있었지만, 주 씨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 씨는 112상황실에 신고전화가 접수되는 동안 구경꾼 사이를 유유히 헤치며 경찰을 피해 도주했습니다.

그 사이 도로에 방치돼 있던 김 씨의 핸드백은 현장을 지나던 운전자가 집어갔습니다.

손목에도 골절상을 입은 김 씨는 전치 7주가량 상해 판정을 받았습니다.

경찰의 도움으로 상처 치료와 심리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주 씨는 3주가량 도주 행각을 벌이다가 광주의 화상경마장 앞에서 잠복 장인 경찰관에게 긴급체포됐습니다.

그는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김 씨를 때렸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흉기까지 휘둘렀던 주 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들은 김 씨를 도우려고 나섰다가 자칫 쌍방폭행 시비에 휘말릴까 걱정한 듯하다"며 "이들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지만 신고가 더 빨랐다면 주 씨를 현행범으로 검거할 수 있었고, 김 씨 부상 피해도 줄였을 것"이라고 아쉬워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의 핸드백을 훔쳐간 승용차 운전자의 행방도 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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