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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골프공 12만 개 싹쓸이…잠수복에 뜰채까지 동원

유영규 기자

입력 : 2017.08.11 10:30|수정 : 2017.08.11 10:30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의 한 골프장에 김 모(37) 씨 등 3명이 나타난 것은 지난 6월 15일 오후 9시를 막 넘길 때였습니다.

골프장 코스 사이에 있는 호수인 '워터해저드'에서 골프공을 훔친 목적으로 경비가 느슨한 야심한 시간을 택한 것입니다.

펜스가 없는 골프장 한쪽 구석에 차를 세운 이들의 트렁크에서 고개를 내민 것은 잠수복이었습니다.

잠수복을 챙긴 이들은 은밀한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워터해저드로 슬금슬금 접근했습니다.

익숙한 듯 잠수복을 입고 워터해저드로 들어가더니 자체제작한 뜰채로 바닥을 쓸어 금세 골프공 몇 개를 찾아냈습니다.

물에 빠진 골프공을 뜻하는 이른바 '로스트볼'이 준비한 바구니에 한가득 차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오전 2∼3시까지 은밀한 작업이 이어졌지만, 워터해저드 근처까지 순찰하는 경비인력은 없었습니다.

'작업'을 마친 김 씨 등은 골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전국의 골프장을 돌며 훔친 골프공은 무려 1만 개가 넘습니다.

강원도 삼척과 정선 등의 골프장이 주 무대였고 전남 순천과 경북 영천, 경주까지 손을 뻗쳤습니다.

김 씨 등이 강원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이유는 다른 지역에는 또 다른 '업계 종사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암묵적으로 권역을 나눈 셈인데, 주로 전북과 충남 등에서는 김 모(60·여)씨와 유 모(60)씨가 활개를 쳤습니다.

내연 관계인 이들은 로스트볼로 쏠쏠한 수익을 벌어들이기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이들의 수법은 강원도 등에서 활동한 김 씨 일당의 그것과 영락없이 똑같았습니다.

워터해저드에 들어가기 위해 잠수복과 뜰채를 준비했고 야심한 시각에 펜스가 없는 틈으로 골프장에 침입했스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두 일당은 익산시 남중동과 춘포면에 각각 보관창고를 마련하고 로스트볼 세척작업을 벌였습니다.

전문매입꾼에게 팔아넘기기 위해서입니다.

로스트볼은 새 공에 비해 흠집이나 펜 마크가 있지만, 연습용이나 초보자용으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흠집 정도와 코팅 상태에 따라 등급이 매겨질 정도로 매매가 활성화돼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골프장 관계자 등을 통해 로스트볼 전문절도범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용의자를 상대로 통신수사와 탐문 등을 벌여 이들을 차례로 붙잡았습니다.

유 씨 등 2명의 창고에서 골프공 11만5천 개, 김 씨 등 3명의 창고에서 1만여 개를 압수했습니다.

익산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이들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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