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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객만족도 나쁜 점수 줬나"…검침원이 찾아와 항의

유영규 기자

입력 : 2017.08.04 08:16|수정 : 2017.08.04 10:24


한국전력공사가 검침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평가를 안 좋게 한 고객의 신원을 해당 검침원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불만을 품은 검침원이 낮은 점수를 준 고객과 말다툼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전력공사 함안지사와 경남 함안군에 사는 A씨에 따르면 지난 1일 한전 검침원 B씨가 검침을 위해 A씨 자택을 방문했습니다.

A씨는 B씨가 지난 3월에 진행된 전화조사에서 왜 안 좋은 점수를 줬느냐고 따졌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A씨가 당시 조사에서 했던 말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A씨 때문에 경위서를 써야 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상황이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나는 당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안 났는데 검침원은 우리 동네 몇동 몇호 아줌마는 80점, 몇번지 누구는 75점 이런 식으로 평가 내용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한전이 고객과 검침원을 싸움 붙이는 것도 아니고 설문조사 한번 한 죄로 난 검침원에게 나쁜 사람이 됐다"며 "요새는 전화번호 하나도 개인정보 유출인데 내가 한 말을 다 들었다니 너무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B씨가 A씨의 만족도 조사 내용을 알게 된 것은 한전이 검침원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고객 신원을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한전 함안지사 관계자는 "고객 평가에 대해 피드백을 해야 하니까 점수를 낮게 준 고객은 별도의 리스트가 나온다"며 "서비스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교육하는 과정에서 담당 검침원과 저희는 고객 신원을 알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고객 정보는 내부적으로만 알고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일은 일차적으로 저희 과실이고 해당 고객에 사과드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개별 고객의 평가 내용이 당사자에 공개된 것도 문제이지만, 노동계에서는 이른바 '해피콜'로 불리는 고객만족도 조사가 직원에 과도한 압박을 준다고 지적합니다.

검침원은 한전 직원이 아니라 검침 업무를 위탁받은 협력사 소속이라서 만족도 조사에 특히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검침원 B씨는 "만족도 조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서운한 감정에 고객과 언쟁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비롯된 서비스직과 고객과의 마찰은 다른 업종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휴대전화를 수리하는 서비스 기사들이 고객이 서비스 만족도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고객 휴대전화에 본사 전화번호나 특정 문자를 스팸 설정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해피콜이 실적경쟁을 부추기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많이 변질되면서 노동 인권침해의 사각지대가 됐다"며 "개인 책임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고객 불만이나 제도 개선 사항을 피드백할 수 있는 전문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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