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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선택한 하사…"지속 상담한 부대 책임 없어"

유영규 기자

입력 : 2017.08.01 15:39|수정 : 2017.08.01 16:31


2010년 겨울 육군에 입대한 A 씨는 통신 주특기를 받고 가설병으로 복무했습니다.

입대 당일 훈련소에서 진행된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그는 "정신과적 문제가 의심되니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검사관은 "규칙적인 집단생활에서 어려움을 보일 수 있고 순간적으로 분노를 폭발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며 "군 생활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군 복무 중 사고로 조기 전역이 예측된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자 군 당국은 A 씨를 훈련소 때부터 지속해서 면담했습니다.

A 씨는 면담 때마다 "어렸을 때 충동적으로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한 달에 1∼2번이나 두 달에 한 번 등 주기적으로 면담을 받았습니다.

비록 지휘관들이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관심 C급' 병사로 지목받았지만 "부대에 잘 적응하고 있다"며 평가가 차츰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A 씨는 입대한 지 10개월이 지났을 무렵 폭행과 가혹 행위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5일간 휴가 제한 처분을 받았습니다.

두 달 뒤 면담에서 "군 생활에 의욕이 떨어진 상태고 후임병이 없어 작업 부담이 크다"며 "실수를 할 때마다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는 좋지 않은 평가를 재차 받았습니다.

A 씨는 자살시도 경험과 관련해서는 계속 "오래전 일로 그런 심정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고 2012년 8월 재차 받은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군 생활에 잘 적응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받고 전문하사로 임관했습니다.

전문하사는 병사로 의무복무를 마치고 하사로 다시 지원해 6∼18개월 동안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직업 군인입니다.

그러나 A 씨는 중대장과 소대장 등 상사와 한국사회를 비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2013년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A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군 생활 과정에서 명확하게 자살 가능성을 보였는데도 부대 측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고 전문하사로 임관시켰다"며 "전문하사로 근무하던 중 과중한 업무를 해야 했고 지휘관들의 과실로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총 3억 원 가량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인천지법 민사13부(서중석 부장판사)는 A 씨 아버지와 형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부대 측은 과거 자살시도 경험을 이유로 수차례 A씨를 면담했고 상담도 여러 차례 했다"며 "A 씨에게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부대 관계자들이 A 씨의 자살을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자살 위험이 있는데도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문하사로 임관한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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