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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美 외교관 755명 퇴출"…미러 관계개선 비관

한세현 기자

입력 : 2017.07.31 06:13|수정 : 2017.07.31 13:59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추가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러시아 내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 소속 외교관, 현지 직원 등 인력 755명을 감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TV·라디오방송사 인터뷰에서 "러시아엔 미국 외교관과 기술직 요원 등 천여 명이 일하고 있다"면서, "그 가운데 755명이 러시아 내에서의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가 미국에 아주 고통스러운 것이 될 것이라고 푸틴은 강조했습니다.

푸틴은 맞제재 조처를 하는 배경에 대해 "러시아는 아주 오랫동안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기다려왔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변화가 있더라도 단시간에 이뤄질 사안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아무런 대응 없이 넘어가지는 않을 거란 걸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미국 하원과 상원이 대러 추가 제재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 외교관 무더기 추방과 미국 외교자산 압류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 측에 오는 9월 1일까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일하는 외교관과 기술요원 수를 미국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과 기술요원 수와 정확히 맞출 것을 제안한다"면서, "이는 러시아 내 미국 외교 공관 직원 수가 455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 "다음 달 1일부터 미국 대사관이 모스크바 남쪽 창고 시설과 모스크바 북서쪽 자연공원 내 별장 사용을 잠정 중지한다"며, 미 외교자산 압류 조치도 선언했습니다.

미국 하원은 지난 25일 북한과 이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법안을 일괄처리하며 대러 추가제재를 승인했고, 27일에는 미 상원이 해당 법안을 가결했습니다.

이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응징하기 위해 취했던 기존 대러 제재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미국의 추가 대러 제재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랴브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미국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그는 "만약 미국이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우리도 이에 답할 것이며 똑같이 대응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러시아 이번 맞제재는 지난해 말 미국이 취한 러시아 외교관 무더기 추방에 대한 뒤늦은 보복의 성격이 있습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말기인 지난해 12월 말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민주당 측 인사들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정보와 관련해,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러시아 공관 시설 2곳을 폐쇄하는 등의 제재를 가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조치에 러시아도 곧바로 맞받아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예상 외로 보복 제재를 단행하지 않고 미뤄 왔습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 양국관계가 개선될 가능성과 새 행정부의 동태를 살피며 맞대응을 자제해온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취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던 것에 기대를 건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오히려 역행하자 맞제재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제재에 더해, 미국에 대한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현 상황에서 추가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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