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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식품알레르기 30%가 '쇼크' 위험…"가방 속 호두에도 반응"

홍지영 기자

입력 : 2017.07.25 08:31|수정 : 2017.07.25 08:31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33.여)는 최근 학생들에게 콩, 호두 등 견과류의 모양과 쓰임새를 가르치는 수업을 준비하다가 한 아이가 갑자기 심하게 몸이 가렵다면서 극심한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 아이가 수업용으로 가져온 호두를 가방에서 꺼내기도 전에 다른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것입니다.

아이는 그날 수업에 전혀 참여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A씨도 수업이 끝난 뒤 다음날 그 아이의 등교를 위해 온 교실을 깨끗하게 청소해야 했습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B씨(40.여)는 평소 음식 알레르기가 있었던 아이가 갑자기 수업 도중에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알레르기성 쇼크(아나필락시스)를 일으켜 혼비백산했습니다.

아나필락시스는 원인 물질에 노출된 후 급격하게 진행하는 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입니다.

다행히 학생은 119구급차로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은 끝에 생명을 구했습니다.

요즘 학교 수업 중 식품 알레르기와 이로 인한 아나필락시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25일 정경욱(아주의대 소아청소년과)·김지현(성균관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 음식 알레르기로 치료받은 0∼18세 1천353명의 의무기록을 검토한 결과, 1천661건의 식품 알레르기 가운데 30.5%(506건)가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졌습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음식은 연령대별로 달랐는데, 2세 미만에서는 우유, 2∼12세는 호두, 13∼18세는 메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지는 알레르기 비율은 메밀이 67.7%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잣(57.7%), 호두(43.8%), 밀(43.5%), 땅콩(34.1%)이 뒤따랐습니다.

특히 아나필락시스는 학교에 입학하는 취학연령(52.6%)과 청소년(41.4%)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부모로부터 관리 감독을 받는 영유아와 달리 어린이와 청소년은 사회생활 반경이 넓어지면서 외식이 잦기 때문에 먹는 음식의 성분을 조절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학교에서는 ▲ 우유팩 등의 재활용품을 이용한 미술 수업 ▲ 밀가루 반죽을 이용한 만들기 수업 ▲ 콩주머니 등을 이용한 박 터뜨리기 등의 수업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캠프, 체험활동, 야외수업 때는 사전에 해당 숙소에 연락해 식단을 확인하고, 숙박시설 담당자와 충분히 정보를 교환한 후 필요한 경우 보호자와 교사가 협의해 대체식품을 준비해야 합니다.

야외활동은 교실 수업과 달리 교사의 눈에 잘 띄기 어려운 만큼 사전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강남 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윤호 교수는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아이에게는 원인 물질과 응급대처법이 표기된 카드나 목걸이를 착용토록 해 주변 사람들이 즉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특히 요즘 같은 휴가철 여행 때는 치료 약물을 미리 준비하고,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항공사에도 미리 알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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