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2일 통과시킨 11조원 규모의 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에서 마지막까지 여야간 의견 대립을 불러온 것은 하반기 공무원 추가 채용을 위한 예산 80억 원이었다.
여야는 막판까지 양보없는 기싸움을 벌였으며, 일각에서는 이번 추경심사를 두고 '80억 원 전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전체 예산에 비하면 작은 규모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예산을 두고서 극한 대립이 벌어진 것은 그만큼 양 진영의 가치관이 정면으로 충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여권에서는 이번 예산이 '일자리 추경'인 만큼 공무원 추가 채용을 위한 예산은 어떤 방식으로든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나아가 야권의 반대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철학 실천에 타격을 주려는 일종의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불만도 여권 내에서 터져나오면서 물러나서는 안된다는 기류가 강해졌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자리 추경은 문재인 정부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다"며 "야3당은 여소야대의 힘으로 집권여당을 굴복시키려 하지만 일자리가 빠진 추경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세금을 이용해 공무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본회의 자유토론에서 "세금을 들이지 않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에 세금 폭탄을 안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희경 의원 역시 "민간이 아닌 정부가 경제를 계획하고 직접 실행자가 되겠다는 것이 사회주의가 아니면 뭔가"라며 "국회가 의원들도 모르는 사이에 개헌이라도 해서 시장 경제체제를 무시하고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하기로 결정이라도 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팽팽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면서 전체 11조원 추경안이 발목이 잡히면서, 여야는 각자 '수정 제안'을 내놓으면서 협상은 점점 복잡해졌다.
민주당에서는 야권의 반대가 계속되자 추경안에 새로 편성하는 것이 아닌 금년도 본예산 예비비로 편성된 500억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우회로'를 제시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예비비를 사용하더라도 부대의견에 '국회에 공무원 채용 계획 및 인력구조 개혁 계획을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해야 한다며 맞섰다.
결국 양측은 예비비를 사용하되 인력계획을 '승인'을 받는 것이 아닌 '보고'만 하는 것으로 절충해 부대의견을 작성했다.
증원 규모 역시 널뛰기를 했다.
애초 정부와 여당은 '1만2천명 증원'을 얘기했다가, 협상 도중 이 가운데 7천500명은 지방직 공무원이라면서 4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증원 예산만 얘기하자고 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타협안'으로 2천875명만 증원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자유한국당은 900명만 증원해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결국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여당 수정안인 2천875명에서 바른정당의 요구대로 300명이 줄어든 2천575명으로 합의하면서 '80억원 전쟁'은 겨우 타협점을 찾았다.
이런 치열한 전투의 흔적을 보여주듯 추경안 '부대의견'에는 여야가 생각하는 일자리 관련 조항들이 빼곡히 담겼다.
인력 운용계획을 보고하는 것 외에도 ▲ 우편 집배원과 소방공무원 증원과 처우 개선에 노력할 것 ▲ 민간기업 근로자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재정사업 현황을 국회에 보고할 것 등이 부대의견에 포함됐다.
이 밖에도 여야는 ▲ 규제프리존 지정 관련 목적예비비 연내 집행을 위해 노력할 것 ▲ 초등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사업 확대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사용할 것 ▲ 환경부는 미세먼지 측정소를 일제 점검해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 등을 명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