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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911 신고했다 美 경찰 총 맞은 예비신부 가족 울분

임태우 기자

입력 : 2017.07.18 17:09|수정 : 2017.07.18 17:09


미국에서 결혼을 앞둔 호주 여성이 한밤중 집 밖 소란 행위를 신고했다가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사망한 사건의 경위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유족들은 어이없는 비극에 분통을 터트리며 당국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사건 발발 이틀이 지나도록 경찰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습니다.

미국에서 요가와 명상을 가르치는 호주 여성 저스틴 데이먼이 화를 입은 것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밤 11시 반쯤입니다.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는 저스틴은 집 근처에서 폭력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911에 신고했습니다.

이후 경찰 2명이 출동했고, 저스틴은 이들 중 한 명이 쏜 총에 맞았습니다.

범죄를 신고했다가 오히려 변을 당한 겁니다.

저스틴은 다음 달 미국인 돈 데이먼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며 미리 약혼자의 성을 써왔습니다.

AP통신은 미 수사당국이 저스틴의 죽음을 살인 사건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약혼자 돈은 저스틴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며 "사고에 대한 해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호주에 있는 저스틴의 가족들도 외교부를 통해 성명을 내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이 비극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 당국의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저스틴의 양아들 잭 데이먼은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리고 "엄마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경찰이 쏜 총에 죽었으니 답변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을 조사 중인 미네소타주 범죄수사국은 수사 초기 단계라며 추후 관련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장에서 총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스틴의 이웃들은 사건 당시 경찰관들이 순찰차를 타고 골목에 들어섰으며, 파자마 차림으로 나간 저스틴은 운전석에 있는 경찰과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고 지역 신문 스타트리뷴이 보도했습니다.

이웃들은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있던 경찰이 운전석 옆문을 통해 저스틴에게 총을 쐈다고 증언했습니다.

한 주민은 저스틴의 죽음을 '사형 집행'으로 부르며 "훈련을 잘 받은 경찰이 저스틴을 위협으로 여길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경찰관의 보디 카메라는 꺼져 있었고 순찰차에 장착된 카메라도 총격 순간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보디 캠이 왜 꺼져 있었는지도 논란거리입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들은 작년부터 '범죄 활동과 관련한 어떠한 접촉'이든 공권력을 행사하기 전에는 카메라를 켜도록 했습니다.

지역 언론들은 저스틴을 쏜 경찰관이 소말리아계 미국인 모하메드 누르로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2015년 3월 경찰에 입문했습니다.

누르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누르가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했으며 매일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생각과 기도를 하며 지낸다고 밝혔습니다.

누르는 지난 5월 한 여성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 손목과 팔을 잡아채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무시했다는 점이 문제가 돼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3건의 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1건은 징계 없이 마무리됐지만, 2건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검찰은 조사를 마친 후 누르 등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검찰은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경찰관들이 현장 진입 시 보디캠을 켰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저스틴이 올해 미국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543번째 피해자라고 전했습니다.

미네소타주에서만 6번째 피해자입니다.

이웃들은 사건 현장 주변에 모여 추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현장엔 저스틴을 추모하는 꽃과 함께 손글씨로 쓴 '왜 그들은 우리 이웃에게 총을 쏴서 죽여야 했나'라는 물음이 적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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