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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청소 도운 폐지 할머니' 애도…폭염 속 안타까운 죽음

하대석 기자

입력 : 2017.07.15 09:05|수정 : 2017.07.15 10:43


폭염 속 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다 도로에 쓰러져 숨진 70대 할머니.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마을 청소를 도맡아 하는 등 이웃을 위한 봉사를 활발히 했던 것으로 드러나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이웃과 누리꾼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14일) 낮 12시 40분쯤 청주 상당구 석교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75살 할머니 A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습니다.

A 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119구급대에 의해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한 달 20만 원가량의 노인 기초연금 받는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습니다.

숨진 할머니가 살던 아파트 주민들은 "A 씨가 평소 마을 청소를 도맡아 하는 등 부지런하고 봉사도 많이 했던 분"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대학생인 손자는 자녀와 떨어져 홀로 지내던 A 씨의 집에 몇달씩 머무를 정도로 할머니를 따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웃 김 모(58) 씨는 "A 씨는 매일 아침 동네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심성이 착한 사람"이라면서 "손자 용돈도 줄 겸 소일거리 삼아 헌책이나 폐지를 모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의료진은 A 씨가 무더위로 인해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날 청주는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었고, 낮 최고기온은 34.2까지 올랐습니다.

A 씨는 이날 아침 집에서 약 50m 떨어진 초등학교로 헌책과 폐지를 모으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학교에서 손수레를 빌려 폐지와 헌책을 모은 A 씨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정오쯤 손수레를 끌고 집으로 향하던 중 길에 쓰러졌습니다.

A 씨가 의식을 잃은 곳은 그가 사는 아파트 출입구를 5m가량 앞둔 도로였고 손자는 당시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초등학교 관계자는 "지병으로 약을 먹는 와중에도 자주 나와 학교 청소도 해주는 고마운 분이었는데, 슬픈 소식 접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누리꾼들은 "할머니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쉬세요", "천국에 가시길" 등의 글을 남겨 고인을 애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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