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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황청 아동병원장 기소…"추기경 처소 보수에 병원 돈 지출"

입력 : 2017.07.14 01:19|수정 : 2017.07.14 01:19


교황청 산하 병원인 제수 밤비노의 전직 고위 관료 2명이 병원 기금을 교황청 전 최고위 관리의 아파트 개보수를 위해 쓴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교황청은 교황청 법원인 내사원이 밤비노 제수 병원의 전 원장 쥐세페 프로피티와 회계책임자 마시모 스피나를 기금 전용 혐의로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2013∼2014년 병원 기금 42만2천 유로(약 5억5천만 원)를 타리치시오 베르토네(82) 추기경이 거주하는 바티칸 내부의 대형 아파트를 개보수하는 데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베르토네 추기경은 교황 베네딕토 16세 재위 시절 교황청 서열 2위인 국무원장을 지낸 실세다.

기소된 프로피티 전 원장은 그가 국무원장으로 재임하던 당시인 2008년에 밤비노 제수 병원장으로 임명됐다.

베르토네 추기경은 그러나 이들과 함께 기소되지 않았다.

그는 아파트 보수업체에 자신의 돈을 직접 지급했을 뿐 아니라 프로피티 전 원장 등에게 자신의 아파트 개보수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지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베르토네 추기경은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편이라, 교회 고위 성직자에게 검소한 삶을 살 것을 요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침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후 다른 교황들처럼 교황청 내 호화로운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대신에 교황청 게스트하우스인 산타 마르타의 소박한 방을 처소로 선택해 살고 있다.

프로피티 전 원장과 스피나 전 회계책임자의 유죄가 인정될 경우 이들은 징역 3∼5년형에 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병원 기금을 베르토네 추기경의 아파트를 보수하는 데 쓴 것은 이 아파트를 병원 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 등에 사용하기 위한 투자 명목의 지출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1869년 이탈리아 부유한 가문이 창립해 1924년 교황청에 기증한 밤비노 제수 병원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훌륭한 아동 전문 병원으로 꼽히는 곳이지만 과거 몇 년 동안은 본연의 치료 목적을 도외시한 채 병원 확장과 영리 추구에 집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부 존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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