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떠나면 누가 돌보나"…재건축 앞두고 '고양이 이주' 고심

입력 : 2017.07.09 14:38|수정 : 2017.07.09 14:38

동영상

재건축을 앞두고, 이달 말 이주가 시작되는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입니다. 이 오래된 아파트엔 길고양이가 1백 마리 가까이 살고 있는데요, 이 고양이들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 주민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노동규 기자가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사 내용>

저녁 시간, 한 주민이 고양이 사료와 물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얼룩아. 나래야.]

기지개를 켜며 나타난 고양이들, 기다렸다는 눈치입니다.

[박현숙/주민 : 이사 간다고 해도 얘가 계속 기다릴 것 같아요. 내 마음이. 얘는 항상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밤 8시든, 9시든 기다려요. (내가) 올 때까지.]

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길고양이는 99마리.

철거를 앞두고, 이달 말 주민 이주가 시작되면 돌봐줄 사람이 없게 됩니다.

[차남주/서울 둔촌동 : 측은하지요. (안 됐죠. 뭐.) '얘들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 들고 측은하더라고요. (이 동네에 (고양이) 많아요. 정말.)]

주민과 동물단체, 자치구가 머리를 맞대고 고양이 이주방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어디에 몇 마리가 있는지, 중성화 수술은 받았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이주의 관건은 스스로 이곳이 살만하다고 여겨 머무르는 고양이들을 어떻게 아파트 바깥으로 이끌어내느냐에 달렸습니다.

단지 안 고양이 급식소를 점차 줄여나가다가 철거가 본격화하면 펜스에 이동로를 뚫어 인근 동네나 야산으로 내보낸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내보낸 길고양이들을 다른 동네 주민이 반기겠느냐는 겁니다.

[남주현/서울 오륜동 : 모르는 고양이나, 이런 게 와서 주차장에 막 몰려다니고 그러면 좋겠어요? 별로 안 좋을 것 같은데 제 생각에는.]

[김연숙/서울 둔촌동 : 동물보호센터나 뭐 이런 데서,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하게 얘들(고양이)을 보호하고 기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철거 때까지 남은 기간은 6개월. 인근 주민과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길고양이들을 안전하게 이주시킬 수 있는 묘책을 찾는 게 이곳 주민과 지자체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윤선영, CG : 박정권·류상수, 사진제공 : 김포도 작가)
(SBS 비디오머그)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