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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대 싱가포르산 불량경유 밀수…가짜 경유로 둔갑 유통

입력 : 2017.07.06 10:32|수정 : 2017.07.06 10:32


품질 미달로 국내 유통이 불가능한 싱가포르산 불량경유 50억원 상당을 세금이 저렴한 정제유로 속여 밀수한 수입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이 들여온 불량경유는 미세먼지를 발생하고 자동차 엔진 화재의 원인이 되는 가짜경유로 제조돼 시중 주유소에서 유통됐다.

부산본부세관은 관세법 위반 혐의로 정제유 수입업체 4곳을 적발해 임원 곽모(54)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곽씨 등은 지난해 4월부터 시가 50억원 상당의 싱가포르산 불량경유 460만ℓ를 정제유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수입한 뒤 가짜경유 제조업자에게 공급하거나 시중 주유소에 불법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정제유 수입업자인 이들은 품질이 떨어져 국내 유통이 안 되는 싱가포르산 경유 가격이 국내산 경유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정제유로 위장해 수입할 경우 경유보다 9배가량 적은 ℓ당 58원만 세금을 부담하면 된다는 점을 노렸다.

곽씨 등은 일반 정제유를 적재한 컨테이너 사이사이에 싱가포르산 불량경유나 검은 색소를 혼합해 정제유로 위장한 불량경유를 담은 플렉시 백(Flexi-bag·플라스틱 대형 포장 용기)을 넣어 통관하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통관 과정에서 불투명한 플렉시 백 내용물을 세관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조직적으로 밀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밀수된 싱가포르산 경유는 가짜경유 제조공장이 있는 전북 정읍, 경남 함안 등지로 곧바로 운송됐다.

곽씨 등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경유 구매가격(ℓ당 400원대)과 통관비·선박료·운송비 등 ℓ당 600∼700원대에 불량경유를 밀수한 뒤 가짜경유 제조업자에게 ℓ당 800∼1천원에 팔아 마진을 남겼다.

제조업자들은 사들인 싱가포르산 불량경유에 값싼 등유를 최대 1대 1 비율로 섞은 가짜경유를 만들어 유통해 다시 차액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밀도를 낮추려 등유를 혼합한 가짜경유는 미세먼지를 다량 발생시키고 차량 엔진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밀수한 460만ℓ의 싱가포르산 불량경유 중 세관이 압수한 55만8천ℓ를 제외한 404만2천ℓ가량은 이미 가짜경유로 만들어져 시중에 유통된 상태라고 세관은 설명했다.

가짜경유 404만2천ℓ는 탱크용량 75ℓ인 승합차 5만6천 대에 주유할 수 있는 양이다.

첩보를 입수한 세관은 올해 3월부터 부산항에 반입된 정제유를 전수조사해 불량경유 밀수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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