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과시하는 데 공을 들였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화성-14형 시험발사가 "새로 개발한 탄소복합재료로 만든 대륙간탄도로켓 전투부 첨두(탄두부)의 열 견딤 특성과 구조 안정성을 비롯한 재돌입(재진입) 전투부의 모든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시험발사의 초점이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검증하는 데 맞춰졌다는 설명입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추진 시스템(엔진), 단 분리와 함께 장거리 미사일의 핵심 기술입니다.
사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탄도미사일은 비행 중 대기권 밖으로 나가게 되고, 미사일이 표적에 닿으려면 다시 대기권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데 이때 필요한 게 대기권 재진입 기술입니다.
탄두부가 마하 20∼30의 초고속으로 공기 밀도가 높은 대기권에 들어갈 때 발생하는 열과 압력을 견디도록 하는 게 핵심으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없으면 탄두가 대기권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대기권 재진입 직후 폭발해 무용지물이 됩니다.
북한은 작년 3월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사진을 공개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이 시험이 섭씨 1천500∼1천600도 환경의 '기계적 삭마' 시험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올해 들어 '화성-12형'과 '북극성-2형' 등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면서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북한의 화성-12형 발사 이틀 만인 지난 5월 16일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검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췄을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입니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화성-14형 발사에서)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재진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ICBM 개발 성공으로 단정하기는 제한된다"고 평가했습니다.